[MB 구속] '다스 실소유주=MB' 판단 결정적... 소명기회 회피도 '자충수'

■법원 구속영장 발부 왜
삼성 다스 소송비용 대납 특혜
특가법상 횡령죄 등 성립 가능
아들 시형씨 승계작업도 지휘
검찰 내달 기소, 5월 재판 돌입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기 전 측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권욱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 구속을 이끌어내기 위해 검찰은 ‘MB가 다스의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 삼성그룹의 변호사 비용 대납에 따른 68억원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 3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구속영장 발부와 실형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본 것이다. 결국 법원은 검찰의 이러한 주장을 인정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범행에 연루된 정황이 나온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씨,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 둘째 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 등과 입을 맞출 수 있다는 점 등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2일 제시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뇌물수수죄 등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다. 당초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6가지 죄목과 이에 따른 12개 혐의가 명시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중에서도 이 전 대통령이 실제 다스 소유자라는 검찰 측 주장을 박 부장판사가 받아들인 것이 구속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 가장 위중한 게 뇌물수수 혐의인데 삼성그룹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액수만 68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이 받는 전체 뇌물 혐의 액수 110억원의 절반을 웃도는데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약 17억5,000만원), 민간영역 뇌물수수(약 35억5,000만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제 지배했다면 이에 따른 특가법상 뇌물죄는 물론 특가법상 횡령죄·조세포탈죄가 모두 성립한다.


특히 다스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다른 혐의에 비해 금융거래 등 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도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임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는 게 구속 향방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은 207쪽의 구속영장 청구서 가운데 절반가량을 다스의 실소유주와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데 할애할 정도로 이 부분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다스에서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자신의 선거운동 비용과 사조직 운영 경비, 차량 구매 등 사적 용도로 썼다는 점을 청구서에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또 이 전 대통령 내외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동안 다스 법인카드로 국내외 특급호텔·식당·리조트·백화점·병원 등에서 4억원가량을 사적으로 쓴 내역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성우 전 다스 사장에게 직접 돈을 건네며 다스 설립을 지시한 정황과 다스 경영 관련 업무보고를 수시로 받은 증거도 확보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설립·출자·지분 변동을 모두 지시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었고 아들 이시형씨에 대한 승계 작업도 지휘했다고 기록했다.

한 중견 법조인은 “뇌물수수는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법원이 관련 혐의를 중점적으로 봤을 것”이라며 “특히 국정원 특활비 등 관련자 진술에 주로 의존한 다른 혐의보다 물적 증거가 풍부한 다스 관련 혐의가 구속 여부를 가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 스스로 소명 기회를 무작정 회피한 점도 영장 발부 판단에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 청구서에는 다스 경영인과 관계자의 거짓 진술만 짜 맞췄을 뿐 비자금 조성·조세포탈 등에 대한 물적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피의자 심문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출석 요청 당일 바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튿날에는 검찰이 자택 대기라는 특혜를 부여했음에도 갑자기 입장을 바꿔 변호인 출석조차 거절했다. 영장전담판사가 검찰 측 제출 자료만 일방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법원으로서는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피의자가 심문 절차조차 거부하니 증거인멸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되면서 늦어도 오는 4월 초·중순께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5월부터는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의혹과 국정원·군 댓글조작 등 잔여 혐의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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