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에 도전했던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반려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세계유산 신청을 자진 철회한 사례는 네 번 있지만, 신청서 자체가 반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내년에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2016년 ‘한국의 서원’과 지난해 ‘한양도성’의 등재를 추진했다가 전문가 패널 심사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 신청을 철회했던 문화재청은 또다시 ‘한국의 갯벌’ 신청에 실패하면서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세계유산센터가 지난 1월 제출한 서류의 완전성이 갖춰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내용을 보완한 뒤 내년에 다시 신청하라고 알려 왔다”며 “지도의 축척이 작아 세계유산 신청 구역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고, 보존관리 주체가 기술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침에 따라 이전에 하던 대로 지도를 실었지만 문제시됐다”며 “세계유산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상세 지도 300여 개로 구성된 별도 서류를 보내고 보존관리 주체가 명시돼 있음을 설명했으나, 신청서를 접수하겠다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지녀야 하며, 완전성(Integrity)과 진정성(Authenticity)은 물론 보호·관리제도(Protection and Management)를 갖춰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신청서에 세계유산 보호구역과 완충지대를 명확하게 표시할 것을 요구하는데, 세계유산센터는 우리 정부가 제출한 지도로는 ‘한국의 갯벌’의 구역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에 있는 갯벌 약 1천㎢를 말한다. 정부는 이곳이 멸종위기종의 서식처이고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펄 퇴적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한국의 갯벌’의 등재 신청서가 정상적으로 접수됐다면,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심사를 받은 뒤 내년 7월께 열리는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한국의 갯벌’과 함께 조선시대 서원 9곳으로 구성된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에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상반기에 지도를 보완하고 9월께 세계유산센터에 초안 검토를 의뢰해 신청서와 부속서류의 완성도를 높인 뒤 내년 1월에 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국가당 한 건의 세계유산만 신청할 수 있어서 ‘한국의 갯벌’이 신청 대상으로 결정되면, 다른 유산은 2020년 이후에야 신청이 가능하다.
올해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는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등 산사(山寺) 7곳을 묶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심사를 받게 된다.
한편 중국은 갯벌이 포함된 ‘보하이만 해안과 중국 황해’를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산은 랴오닝성, 허베이성, 장쑤성, 산둥성의 해안을 아우른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