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은 지난 1월 ‘디지털 금융 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디지털금융최고책임자(CDO) 체계를 만들었다. CDO는 농협은행 등 농협 금융 계열사 전체의 디지털 전략과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이다. 막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 자리는 주재승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부행장)이 이끌고 있다. 지주 CDO와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보호부장·스마트금융부장·종합기획 부장 등을 거친 주 부행장은 농협은행 내에서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주 부행장은 “올해 농협은행이 지닌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스마트뱅킹 슈퍼 앱 구축과 ‘올원뱅크’ 신기술 도입 등 차별화된 콘텐츠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오픈 API(기반기술) 기반의 NH오픈플랫폼을 출시, 지난해 말 기준 총 95개의 API를 제공하면서 전년 대비 거래량이 850%나 증가했다. 오픈플랫폼이란 입출금 이체, 계좌 및 카드 거래 내역 조회 등 농협의 금융 API를 활용해 핀테크 기업이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제공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이다. 특별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어도 원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API를 통해 핀테크 기업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주 부행장은 지난해 6월 출시한 개인간거래(P2P) 자금관리 API가 대표적인 오픈플랫폼 성공 모델이라고 꼽고 있다. P2P 자금관리 API는 금융위원회의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받은 투자자금을 P2P 금융기업의 자산과 분리해 농협은행 계좌에 보관·관리함으로써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여준다. 주 부행장은 “기존의 오픈플랫폼이 조회·이체 중심의 금융 API를 통해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였다면 핀테크 분야별로 특화된 맞춤형 API로 확대해나가겠다”고 전략을 밝혔다.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 출시를 주도했던 주 부행장은 올해 출시 2년을 맞아 ‘올원뱅크 3.0’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올원뱅크는 송금·환전·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와 함께 농협금융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한 번에(원스톱)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더치페이·경조금서비스·교통카드·모바일쿠폰 등의 생활밀착형 제휴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가령 2030세대를 위해 음악·게임·웹툰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5060세대를 위해 큰 글씨 송금·귀농귀촌·재취업 서비스를 하는 등 세대별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이다. 올원뱅크 바코드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결제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곧 올원뱅크 안에서 농협몰의 농산물 구매까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주 부행장은 “‘금융·유통복합몰’ 구축이라는 새로운 시도와 함께 커넥티드카, 스마트홈 등 다른 플랫폼과도 제휴를 맺어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