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초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지명되면서 미국의 대북라인이 매파 일색으로 재편됐다. 우리 정부는 대북 정책 경색 우려와 함께 미중 간 무역전쟁의 불똥이 튈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 폭탄’을 안기면서 중국이 북핵 문제로 보복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볼턴 전 대사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과 군축 담당 차관 등을 지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까지도 “북한의 대화 제의는 선전용”이라며 대북 대화 무용론을 제기한 인물이다. 지난 2003년 북핵 협상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로 지칭해 분위기를 경색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라인은 볼턴 보좌관과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함께 새로운 ‘초강경파 삼각편대’를 형성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던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무너진 자리에 ‘신(新)3인방’이 들어서면서 대북 정책 기조가 강경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미대화에서 비핵화 실행 방안 등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으로 강경하게 돌아서거나 군사옵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새 길이 열리면 그 길로 가야 한다”며 “볼턴 전 대사는 한반도 문제에 해박하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보좌관”이라며 대북 구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턴 보좌관 역시 이날 폭스뉴스에서 “그동안 개인적으로 얘기했던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며 트럼프 정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통상전쟁은 우리 정부에 또 다른 부담이다. 미중관계는 북핵과 통상 문제가 맞물려 돌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경제로 보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 국무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 관세 부과 결정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대북제재 공조에서 이탈하면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매개로 북한에 접근해 북미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시나리오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정·김창영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