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한국과 베트남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는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참전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민간인 학살 등의 문제까지도 포괄적으로 감안한 공개 입장 표명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의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쩐다이꽝 베트남 주석은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참전과 관련된 포괄적 의미에서의 유감, 불행한 역사에 대한 입장 표명이라고 받아 들여달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유감 표명이 공식 사과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유감 발언은 문 대통령이 앞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베트남 측에 전했던 ‘마음의 빚’ 발언 수준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 호찌민 주석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고 오후에는 거소도 찾았다. 해당 거소가 검소한 점에 주목한 문 대통령은 “이 세상의 정치인들이 호찌민을 본받는다면 부패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하노이에서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 응우옌티킴응언 국회의장,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각각 면담에 나섰다. 이후에는 현지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쩐다이꽝 주석 내외가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양국 수교의 지난 25년간 관계발전을 언급하며 새로운 25년의 미래 공동발전 비전을 마련하자고 다짐했다.
/하노이=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