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인]정해운 닷밀 대표 "재밌는 콘텐츠의 힘!...평창올림픽 공연서도 판타지 보여줬죠"

혼합현실 콘텐츠 시장 선도
프로젝션 매핑 기술 활용
환상적인 영상물 선보여
홀로그램 등 분야까지 확장
창업 6년만에 매출 4,000%↑
"경영보다 콘텐츠 제작 올인"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폐막식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었다. 드론쇼,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5세대 무선이동통신(5G) 등 총동원된 첨단 기술은 우리의 전통·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자연스레 전달했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되고 변화와 혁신을 이룬 올림픽 공연으로 남은 것이다.

혼합현실(Mixed Reality·MR) 콘텐츠 전문기업 ‘닷밀(.mill)’의 정해운(34) 대표는 이번 공연 성공의 주역 가운데 하나다. MR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합쳐 새로운 환경이나 시각화, 정보를 만들어나는 기술이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것은 ‘프로젝션 매핑’ 기술. 어떤 대상물의 표면에 영상을 비춰 해당 대상물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자 관객들은 마치 환상에 빠진 듯한 느낌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우리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실현해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는 항상 재밌어야 하죠. 홍대의 무보증 단칸방에서 컴퓨터 두 대를 들고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MR 콘텐츠에 대한 업계 이해도가 부족했던 사업 초기 정 대표를 지탱해준 힘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정 대표는 이재우 ‘캐롯닷밀(닷밀의 자회사)’ 대표와 단둘이 달랑 자본금 500만원을 들고 창업했다. 당시에는 MR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머지않아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보고 어려운 시기를 버텼다. 그러다 크나큰 기회이자 전환점이 찾아왔다.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폐회식 공연의 일부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이름을 알린 것이다. 이에 힘입어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와 엠넷 시상식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 무대 연출도 맡게 됐다.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로 대형 프로젝트 의뢰가 늘었고 회사도 성장할 수 있었죠. 이번 평창올림픽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20명 이상의 직원이 10개월 이상 투자한 평창올림픽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창업 6년 만에 약 50억원으로 4,000% 넘게 성장했다. 2명이던 직원은 어느새 40명으로 늘었다. 회사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프로젝션 매핑,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 홀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여전히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 경영은 친구이자 사업 동반자인 김태희(34) 재무이사에게 맡겼다. “회사가 자리를 잡고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라고 생각해요. 좀 더 혁신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죠. 제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콘텐츠 제작에 앞으로도 ‘올인’할 생각입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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