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특수학교 설명회 또 고함·욕설로 얼룩

옛 공진초서 서진·나래학교 추진 설명회…반대주민 강력 항의
조 교육감 “특수학교 설립위해 걸어간다”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 터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연합뉴스

서울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설명회가 일부 주민의 반대 속에 고함과 욕설로 얼룩졌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건물에서 ‘주민과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를 열었다. 공진초 건물에는 2019년 3월 개교할 특수학교 서진학교(가칭)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는 서진학교와 같은 시기 개교 예정인 서초구 나래학교 등 두 학교의 설립 추진현황과 함께 설치될 주민편의시설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1시간여 전인 오전 9시 30분께부터 옛 공진초 정문 앞에는 주민 20여명이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강서구 주민만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다”며 학교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가로막아 지역주민인지 확인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20분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도착하자 이들은 조 교육감을 몸으로 밀치며 걸음을 막았다. 길을 트려는 교육청 직원들과 10분 이상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설명회를 기습적으로 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교육청이 지난 16일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비대위원장’에게 설명회 일정을 안내하고 참석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와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신을 보냈으나 어떤 일정에 관한 안내도 없이 설명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장애학생 부모들과도 구체적인 설명회 일정과 장소를 미리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학교 설립반대 주민들은 이날 설명회를 취소하고 지방선거 이후 교육청에서 열라고도 요구했다.

이들의 항의는 옛 공진초 4층에 마련된 설명회장에 교육감이 입장한 뒤에도 계속됐다. 설명회에는 특수학교 설립반대 주민 외에도 200여명이 참석했다. 교실에 마련된 의자 150여석이 꽉 차 교실 밖 복도에 서 있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조 교육감이 발표를 시작한 후에도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특수학교 설립반대 주민이 “집어치워”라고 소리치면 장애학생 부모 등 다른 주민들이 “듣기 싫으면 나가라”고 외쳤다. 한 주민은 확성기를 이용해 사이렌 소리를 내며 조 교육감 발언을 방해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 험난해 마음이 무겁다”면서 “작년 9월 장애학생 부모가 무릎을 꿇은 사진이 온 국민을 울린 이후 사회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주민분이 아직 반대하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진학교와 나래학교에 들어설 주민편의시설을 직접 제안했다. 서진학교에는 옛 공진초 교사동(3,130㎡)을 리모델링해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이나 경기 파주시 ‘지혜의 숲’ 같은 도서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가 많은데 왜 강서구에 또 짓느냐”는 항의에 대해 조 교육감은 모든 구에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재차 밝혔다. 현재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 자치구는 중랑·동대문·성동·용산·영등포·양천·금천·중구 등 8개이다.

이날 특수학교 설립반대 주민항의는 설명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조 교육감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청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설명회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그는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비대위 등과) 6개월간 주민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반대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면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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