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세력 확장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신냉전 시대라 불릴 만큼 군사력을 앞세운 신경전이 유독 치열해지고 있다.
패권에 대한 중국의 발걸음이 가장 빠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속에서도 군사기지를 건설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총력을 쏟아부으면서 강국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최대 경쟁국인 미국은 군사훈련으로 압박하며 제동을 걸고 러시아는 신무기 개발로 응수하는 등 강대국들의 군사력 다툼이 글로벌 전체로 번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글로벌 스트롱맨들의 거침없는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슈는 단연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다. 보복관세를 두고 미국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다툼은 최근 항공모함을 동원하며 군사행동을 보인 남중국해에 이어 아프리카로 옮겨가고 있다. 군사기지 설립 등 직접적인 군사행동과 함께 글로벌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폭스뉴스의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 출연해 중국이 아프리카 투자를 통해 세계 무역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려 한다며 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전 세계에서 항구와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은 군사력 확대뿐 아니라 다른 국가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누네스 위원장은 중국이 아프리카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건립한 것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장 사례로 꼽았다.
중국이 군사기지를 건립하고 있는 지부티는 동아프리카 소국이지만 홍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어 홍해와 아덴만·인도양을 연결하는 군사적 요충지이자 국제 해상운송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이곳에 군사기지를 짓기 시작했다.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에는 이미 미국이 4,500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고 이탈리아·프랑스·일본 등도 해적 퇴치와 예멘·소말리아 공습을 위한 거점이라는 이유로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군사기지는 불과 12㎞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중국 기지에는 현재 특수부대와 작전병력을 합쳐 수천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군은 지부티에서 실전 사격훈련을 하며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설치한 국가들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턱밑에 군사기지를 세우고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무역 통제권을 가지려는 중국의 시도에 대해 견제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아프리카 투자를 통해 이들 정부를 통제하면서 유엔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해 글로벌 무역은 물론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누네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중국이 항만이나 철도 건설비용으로 수억달러를 빌려줄 때 그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라며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에 에둘러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와 핵추진크루즈미사일, 핵추진 무인 수중드론 등 신형 전략무기 개발 성공을 과시한 러시아는 이번에는 미국 항공모함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초대형 어뢰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히며 글로벌 스트롱맨들의 힘 대결에서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켰다.
이날 러시아 스푸트니크뉴스는 러시아가 현존하는 어뢰 가운데 가장 큰 구경(650㎜)인 ‘65-76A형(고래)’ 신형에 대한 양산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65-76A형 어뢰 개발자인 글레브 티호노프를 인용해 ‘고래’가 지난 1980년대 개발돼 1991년부터 실전 배치됐다면서 양산 단계인 신형은 속도·거리 및 파괴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어뢰인 Mk-48 등 기존 어뢰의 구경은 533㎜다. 티호노프는 고래가 길이 11m, 최대속도 50노트(92.6㎞), 최대사거리 62마일(약 100㎞)로 Mk-48보다 배나 앞선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래의 탄두에는 한 발로 항모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폭약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군사전문가들은 고래의 탄두는 450∼557㎏ 규모의 고성능 폭약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른바 ‘항모 킬러’로 불리는 초대형 어뢰 양산 소식을 러시아가 밝힌 이유로 최근 항공모함을 동원하며 남중국해에서 군사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는 또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추진하는 화력 현대화 계획의 하나로 시크발 어뢰의 현대화 작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옛 소련 시절인 1970년대 말 개발돼 실전 배치된 시크발은 210㎏의 고폭탄두나 핵탄두를 탑재하고 시속 370㎞의 속도로 6.9㎞ 거리의 함정이나 잠수함 등 표적을 강타할 수 있다. 시크발은 특히 발사 때는 일반 어뢰처럼 어뢰발사관(533㎜)에서 발사돼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지만 일정한 거리를 지나면 탄두에 부착된 로켓이 액체연료를 태우면서 급가속하고 공기막까지 형성해 항주하는 일종의 미사일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스푸트니크뉴스는 또 “미국은 1997년부터 유사 어뢰 개발에 주력해왔지만 아직 시제품 제작도 못 했다”며 이 어뢰가 미국을 목표로 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