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부채는 1,555조8,000억원으로 1년 새 무려 122조7,000억원이나 급증했다. 나랏빚이 이렇게 늘어난 중심에는 공무원·군인연금이 있다. 이들 연금충당부채가 지난해에만도 93조2,000억원 늘며 전체 부채 증가분의 76%를 차지한 것이다. 전체 연금부채 규모 역시 845조8,00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54%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국가공무원 4,637명을 새로 뽑기로 의결하는 등 임기 내 17만4,000명 증원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가부채 증가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무원 증원은 결국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 이 때문에 소방 같은 안전 분야는 불가피하더라도 단지 일자리 늘리기만이 목적인 공무원 증원은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 회계기준을 발생주의로 바꾼 지난 2011년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773조6,000억원이었다. 이듬해인 2012년 902조1,000억원으로 120조원가량 크게 늘더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는 1,117조9,000억원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고삐 풀린 국가부채는 계속 증가해 2016년 1,400조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550조원을 웃돌았다. 2011년부터 국가부채가 두 배로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6년이었다. 여기에 올해부터 공무원 증원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또 공무원연금이 2015년 연금액 동결 등 수술을 단행한 것과 달리 군인연금은 같은 해 개혁 불발로 수입보다 지출이 커졌다. 이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조4,000억원가량을 투입했으며 오는 2025년에는 연간 1조8,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연금부채가 이끄는 국가부채 증가세는 점차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부채를 뺀 나랏빚 증가세도 안심할 수 없다. 연금부채를 제외한 국가채무(D1)는 지난해 66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를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인 5,144만6,000여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약 1,284만원이다. 국가의 살림살이를 알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는 18조5,000억원 적자였다. 2016년의 22조7,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형편인데도 정부는 내년 예산을 더 공격적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2017~2021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내놓으며 내년 예산안 규모를 올해(428조8,000억원)보다 5.7% 많은 453조3,000억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는 7개월 만에 기존 계획을 바꿔 예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은 △청년일자리 확충 △저출산·고령화 대응 △혁신성장 △안심사회 구현, 안보 강화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도 청년일자리와 저출산 등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정부는 지난 10년간 21차례에 걸쳐 청년일자리 대책을 내놓았으나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 정부는 이달 4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하는 22번째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달 고용지표는 개선될 기미가 없다.
저출산·고령화 대책도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22조원이 투입됐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사상 최저인 35만7,000명에 그쳤다. 하지만 정부는 다시 재정투입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구조개혁이 없다 보니 대규모 재정 지원으로 숫자만 다소 개선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그 결과가 무려 1,550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과 비교해 국가부채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통상마찰이나 경기침체 등을 겪는다면 국가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