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전주지법 군산지원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등이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일대에서 2000년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현장 검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재심’의 모티브 사건이 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 진범에게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범행과 무관한 사람이 누명을 쓰고 10년이나 옥살이한 사건이 결국 18년 만에 진실 규명과 함께 마무리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7일 열린 상고심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37)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해 열린 1·2심은 경찰관 등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목격자의 진술과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일치한다는 법의학 전문가들의 소견 등을 고려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 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씨가 자신이 몰던 택시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유씨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고, 경찰은 최초 목격자인 최모(34)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어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당시 16세였던 최씨가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혈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에 이어 검찰도 최씨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2심도 징역 10년 판결을 내렸다.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3월 진범인 김씨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최씨의 누명은 벗겨지는 듯했다. 김씨 역시 수사 초기 범행을 자백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김씨 친구의 진술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범인으로 판정된 최씨가 감옥에 있다는 이유로 검찰은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와 그의 친구는 허위 자백이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씨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10년 만기출소한 최씨는 2013년 경찰 강압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6년 11월 최씨가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최씨는 국가로부터 받은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원 가운데 10%를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 등에 기부했다.
누명은 풀렸지만 최씨는 이미 20대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낸 뒤였다. 그의 청춘을 앗아간 경찰, 검찰, 재판부 누구도 최씨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