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변동폭, 성장률의 2배…"혈세 퍼붓다간 재정펑크" 경고

●국회예산정책처 논문서 주장


세수 변동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고용·저출산·복지 등에 정부의 재정지출이 확대되자 국책기관이 ‘재정만능주의’를 경고하고 나섰다. 한시적인 ‘세수 풍년’에 기대 여력을 넘어서는 재정지출로 각종 정책을 펼칠 경우 ‘세수 펑크’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심혜정 박사(소득법인세 과장)는 ‘조세부양성 변동폭 확대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우리나라 조세부양성의 표준편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는 줄고 재정지출만 마냥 늘어날 위험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는 세수 호조를 근거로 4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을 짜겠다고 나선데다 내년 예산도 규모를 더 늘리기로 한 상태다. 이 논문은 30일 한국재정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법인세·대기업 의존도 증가 등에

국세수입 증가율 1~11%까지 요동

세수예측 정확성도 크게 떨어져



조세부양성은 경상성장률 변동에 대한 조세수입의 변화를 뜻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조세부양성의 변동폭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조세부양성 표준편차는 1970~1990년 0.26에서 1990~2016년 0.73으로 2.8배 상승했다. OECD 국가 평균치인 2.25배를 뛰어넘는다. 조세부양성 변동폭이 커졌다는 것은 경제의 명목성장률보다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수입의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3년 이후 경상성장률은 4~5%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국세수입 증가율은 1~11%까지 요동쳤다. 논문은 그 원인으로 법인세수 비중 상승, 자산시장 변동성과 자본이득 증가, 고소득층·대기업에 대한 세수의존도 증가 등을 꼽았다. 구조적으로 재정여건이 좋아진 덕분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 세수 증가율이 요동치면서 정부의 세수 예측 정확성도 크게 떨어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 전망과 실제 걷힌 세금의 차이는 14조3,000억원이었다.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중간에 일자리 추경을 편성·집행했음에도 쓰고 남은 돈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2016년에도 이런 뜻밖의 세수 호조로 국세수입액은 본예산보다 무려 19조6,000억원 더 걷혔다. 반면 2012~2014년에는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났다. 한 해의 세금수입은 경상성장률을 바탕으로 전망하는데 경제 성장률보다 세수 증가율의 진폭이 커지면서 갈수록 세수 예측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 4년 연속 추가경정예산 등

세수 여건 호조에 지출 확대

‘재정만능주의’ 경계해야



문제는 이렇게 조세수입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재정의 경기대응성이 떨어지고 재정지출만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요인으로 재정수입이 확 늘어날 때 정부는 이를 구조적인 재정여건의 호조로 잘못 판단하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심 과장은 한국을 포함한 OECD 주요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상외의 세수 호조에 따른 과소추계오차율과 그 다음해 재정지출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며 “예상 밖의 세수 호조가 시차를 두고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예산과정에서 정치적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정부가 재정건전성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늘리는 요인이다. 심 과장은 “세수여건이 호조를 보이면 정부는 포퓰리즘에 의한 재정지출의 확대 또는 감세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때 재정건전성은 정치적·정책적으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산시장 변동성과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조세부양성의 변동폭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세수 오차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세수오차율이 커지면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때는 재정지출 확대로, 세수결손이 발생했을 때는 재정으로 이를 메우려는 경향이 계속될 수 있다”며 “세금을 풀어 경기를 조절하려고 하기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고 재정여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