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중고폰 총 거래량이 1,0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제도가 중고폰 시장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전세계적인 중고폰 시장 성장에 발맞추기 위해선 정부가 세제 등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28일 착한텔레콤과 중고폰 빅데이터 제공사 유피엠에 따르면 지난해 1,055만대, 약 1조 6,855억원 규모의 중고폰이 국내에서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약 62%(654만대)의 점유율로 가장 많이 거래됐으며 △LG전자 약 22.6%(238만대) △애플 약 13.7%(145만대)이 뒤를 이었다.
중고폰 거래는 최근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서면서 활성화되는 추세다. 기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저렴한 이전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1,000만대의 거래 규모 중 해외 수출이 아닌 국내에서 유통되는 물량은 20%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과제를 풀려면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의제매입세액공제가 꼽힌다. 중고차의 경우 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없는 개인 등에게 중고차를 매입하더라도 취득금액의 일정 비율이 부가가치세에서 공제된다. 중고폰 업계 역시 업자가 개인에게 물품을 매입하지만 중고차와 달리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인정받지 못해 세금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현금 거래를 이용해 매출을 실제보다 줄여서 보고하거나 거래 사고가 발생해도 중고폰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업계에선 중고폰 시장이 오랜 기간 음성화됐던 이유가 바로 높은 세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휴대폰을 수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해외에선 제조업자 이외의 수리업자에게 휴대폰 수리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최근 ‘등록수리업자제도’를 마련해 전파법에서 정한 등록기준을 갖춘 경우에 한해 수리를 허용했다. 중고폰 업계 관계자는 “중고폰을 통한 자원 재활용 측면이나 소비자들의 이익을 감안한다면 스마트폰도 공정하게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