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연회에서 건배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왼쪽부터), 김 위원장, 시 주석,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집권 후 처음 방중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맞아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대 못지않은 황제 의전을 펼치며 환대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때 중국은 자금성을 통째로 비운 후 시 주석이 직접 경내를 안내하고 두 차례 만찬을 하는 등 황제 의전을 선보였다. 중국은 북측의 까다로운 경호 조건도 모두 그대로 수용했고 비밀 방문을 원한 김 위원장의 의지를 충분히 고려해 맞춤형 황제 접대까지 선보였다.
중국중앙(CC)TV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6일 오후 베이징역에 도착한 뒤 국빈관인 댜오위타이(조어대)에 여장을 푼 후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인민대회장으로 이동했다. 정상회담 전 이뤄지는 의장대 사열도 공개 활동을 꺼리는 김 위원장을 배려해 인민대회당 내에서 진행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때 의장대 사열은 인민대회당 앞에서 공개 진행됐다. 정상회담 이후 국빈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호화로운 내부 장식으로 유명한 진써다팅에서 열렸다.
만찬에는 리커창 총리와 왕후닝 상무위원을 비롯해 사실상 서열 2위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 양제츠 정치국 위원 등 주요 인사 대부분이 참석했다. 만찬 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금성에서 경극 등을 관람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만찬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환영 공연도 열렸다.
김 위원장에게 내준 숙소는 국빈관 댜오위타이 내 최고 시설인 18호실이었다. 하루 숙박료가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최고급 시설로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 부부의 이튿날 일정 역시 중국 측의 배려와 정성이 돋보였다. 김 위원장은 오전9시께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을 방문했다. 도심에 위치한 중관촌은 교통량이 많은 곳이지만 중국 교통당국은 특별 교통관제까지 해가며 김 위원장의 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김 위원장의 귀환 직전 시 주석은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댜오위타이 영접실인 양위안자이를 직접 찾아 경내를 소개한 후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자금성에서 차를 대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 부부에게 차를 대접했다. 김 위원장 부부는 베이징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련된 의전 차량 앞에 나와 배웅하는 시 주석 부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시 주석의 환송에 답례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김 위원장의 이동 루트인 단둥역 인근에서 경비 예행연습을 진행하고 열차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가림막까지 설치했다. 압록강철교를 마주 보고 있는 중롄호텔의 경우 28일 오전까지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