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불법 조회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국정원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정황을 파악하고 공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9일 오전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 등의 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하고 서 전 차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10∼11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2013년 국정원에서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에 관련된 정보를 불법 수집하는 과정에도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은 박근혜 정권 초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다 법무부 등 상부와 공직선거법 적용 등을 놓고 마찰을 빚었고 이후 언론을 통해 혼외자 의혹이 제기돼 낙마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송모씨가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등을 통해 불법 수집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송씨는 “혼외자 관련 정보를 식당 화장실에서 우연히 들었다”며 조직적 사찰 의혹을 부인했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윗선의 개입 여부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수사 의뢰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검찰은 최근 송씨의 당시 직속상관으로부터 “송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상부의 사찰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채 전 총장 혼외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첩보를 생산하는 데 관여한 국정원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한편, 첩보를 보고받은 서 전 차장에게도 이날 사찰 지시를 내렸는지와 그의 윗선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개혁위는 작년 10월 송씨의 사찰 착수 시점에 앞서 국정원 지휘부가 이미 혼외자 첩보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또 송씨가 사찰에 착수한 행위를 전후해 국정원 지휘라인 사이의 빈번한 통화가 이뤄지는 등 조직적 행동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여자를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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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