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한다. 일을 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하고 노동의 대가로 번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취미 생활도 즐긴다. 누구나 가끔은 업무에서 해방되는 순간을 꿈꾸지만,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곧 인생의 절벽으로 위태로이 밀려나는 일임을 모르지 않기에 사람들은 오늘도 묵묵히 노동을 한다.
‘노동의 미래’는 디지털 혁명이 야기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해 고용이 위협받는 현실을 진단하고 더불어 잘 살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인 라이언 아벤트는 영국의 유력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서 수석 편집자로 활동하는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다.
책은 디지털 혁명이 ‘자동화’와 ‘세계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생산성 증가’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기존의 노동 환경에 대변혁을 몰고 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미 제조업을 비롯한 의료·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으며 앞으로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을 ‘노동력 과잉의 시대’라고 명명한다. 기술의 진보로 노동력이 넘쳐나는 시대에 운 좋게 일자리를 사수한다고 해도 기계가 아닌 ‘인간 노동자’의 경제적 가치와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희소성이 높은 생산수단을 보유한 기업가들은 막대한 이익을 쓸어 담으면서 부(富)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
저자는 인간의 노동이 위축되는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면서도 낙관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인류가 과거 산업혁명을 거치며 얻은 교훈을 차분히 되짚는다면 디지털 혁명의 급류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8~19세기에 전개된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가 노동자를 대체했고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를 낳았다. 이에 시민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권리를 부르짖으며 정치적 행동에 나섰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보편적 교육과 각종 복지 시스템 등은 모두 산업혁명 이후 정립된 국가의 사회적 역할이다. 산업혁명 시기에 과거와의 결연한 단절을 통해 달콤한 열매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 것처럼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도 사회의 진보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두루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2만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