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SM C&C의 4월 신작 드라마 ‘기름진 멜로’에 키이스트 소속 정려원과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조재윤을 전격 포함시켰다. 올해에만 예능 프로그램을 34개 이상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SM이 달라졌다. 지난 14일 배우 기획사 키이스트와 예능 콘텐츠 제작사 FNC애드컬쳐를 인수합병한 후 ‘엔터계의 공룡’ SM에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의 기류가 닥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돈과 돈이 합쳐져 덩치를 키운 SM은 기존의 주력 종목인 아이돌 사업에 신규 주력 종목 드라마를 더해 엔터비즈니스의 새판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일본에 상장돼 있는 키이스트의 자회사 디지털어드벤처를 통해 일본 내 한류 유통 채널을 강화하고 FNC애드컬쳐를 패션과 레저를 아우르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육성해나간다는 SM의 큰 그림이 한 발짝씩 현실화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자회사 SM C&C와 새로 인수한 FNC애드컬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영상 콘텐츠 사업 역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FNC애드컬쳐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를 출연시켜 영상을 제작하고 이 영상을 자회사 SM C&C를 통해 유통할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자회사 SM C&C를 통해 ‘효리네 민박’ ‘아는 형님’ ‘키스 먼저 할까요’ 등의 예능·드라마를 제작하는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합병으로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의 뒤를 잇는 드라마 업계 3위 사업자가 됐다.
카카오의 엔터 업계 진군도 거침이 없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2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사명을 ‘카카오M(kakao M)’으로 공식 변경했다. 최대주주가 카카오로 바뀐 지 2년 만이다. 사명 변경과 함께 카카오M은 대대적인 사업확장을 진행한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직접 제작한 드라마를 발표하는 등 영상 콘텐츠 사업 강화에 집중적으로 나선다. 지난해 모바일 콘텐츠 창작집단 ‘크리스피스튜디오’와 스튜디오드래곤과의 합작으로 만든 드라마제작사 ‘메가몬스터’를 연이어 론칭한 데 이은 행보다. 카카오M 관계자는 “그동안 키워온 K팝 영상 콘텐츠 브랜드 ‘원더케이(1theK)’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에 나설 것”이라며 “카카오TV·카카오페이지뿐 아니라 스튜디오드래곤의 모회사 CJ E&M의 채널에도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래의 엔터 업계 새판 짜기는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성장방식으로는 더 이상 발전도 생존도 가능하지 않다는 자각에서 비롯됐다. 특히 유튜브 등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이 발달하며 MCN(멀티채널네트워크·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기획사)이 떠오르자 그동안 핵심 사업 영역이었던 ‘캐릭터’ ‘플랫폼’만큼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택광 경희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의 탄생으로 그동안 우리가 알던 시장이 한순간에 뒤집어졌다”며 “기존의 TV 채널이라는 준독점적인 플랫폼과 연예기획사가 아이돌을 통해 만들어낸 캐릭터 사이의 순환구조가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캐릭터를 생산하고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매개체가 바로 콘텐츠”라며 “이제 사람들은 기존의 연예기획사나 TV 채널을 통하지 않고도 캐릭터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엔터 새판 짜기의 트리거(방아쇠)는 방탄소년단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SM·YG·JYP 등 빅3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영업이익에서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뒤졌다. 엔터계의 골리앗이 1그룹 기획사인 다윗에게 일격을 당한 꼴이니 가히 ‘방탄 쇼크’라 부를 만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엔터 업계 주식 부자 순위(26일 종가 기준)도 빅히트엔터의 방시혁이 1위(2,500억~3,500억원 추정), SM 이수만 2위(2,029억원), JYP 박진영 3위(1,197억원), YG의 양현석 4위(929억원)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방탄 쇼크’는 콘텐츠의 힘에서 나왔다. 방탄소년단은 공식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기간에도 자체 제작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려 팬들에게 ‘혜자스럽다(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의미의 유행어)’라는 평을 받으면서 ‘혜자소년단’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유튜브 채널 ‘방탄TV’에 900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데뷔한 지 5년도 되지 않았으니 한 해에 약 180개, 이틀마다 동영상 하나씩 올린 셈이다. 12억이 넘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해외 공연 영상, 멤버들끼리 투닥거리는 일상을 표현한 영상 등을 시청했다. 이를 통해 해외 팬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캐릭터를 넘어 콘텐츠로 아이돌의 존재가치를 높인 방탄소년단의 성과를 높게 평가한다. 이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보여준 예”라며 “그동안의 한류는 아이돌 자체의 ‘캐릭터’에 의존했지만 방탄소년단은 캐릭터를 활용해 전 세계에 팔릴 만한 콘텐츠로 진화시킨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합종연횡 역시 부족했던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