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레이저포 무장 전투기·적진 투입 초소형 드론...美 '전쟁의 룰' 바꾼다

<32>미리보는 美 2030년 6대 신무기
6대 무인기 지휘하는 전투기 편대
공중 급유 스텔스 무인기 운용에
전자기파 미사일로 통신망 무력화
조종사 신체 상태 원격 점검도 가능
美, 6세대 전투기 개발·네트워크 강화
제공권 우위 유지해 中·러 견제 포석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료 조종사와 아군 메뚜기떼, 적의 통신망과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유도폭탄과 레이저를 쏘는 전투기…. 판타지나 공상과학(SF)의 영역이 아니다. 미국 공군연구소가 최근 홈페이지에 소개한 향후 전쟁의 양상이다. 주목할 대목은 그리 머지않았다는 점. 목표연도가 오는 2030년이다. 한국 공군이 5세대 전투기인 F-35A를 막 인수해 내년 하반기에나 전력화하는 시점에서 미국은 6세대 전투기의 개념 연구와 네트워크화 단계로 이행하는 셈이다. 미 공군이 공개한 4분 47초짜리 짧은 동영상에 담긴 미래 전쟁의 모습을 지면에 옮긴다.

◇최고의 윙맨(유인전투기를 보좌하는 무인전투기)=전투기 조종사에게 윙맨은 단순한 전우나 부하 조종사를 넘어 생명줄과 다름없다. 편대장을 엄호하는 윙맨의 기량이 얼마나 뛰어나고 강한 동료애·충성심을 가졌느냐에 편대 전체의 생사가 갈린다. 미 공군은 성능개량형 F-35A 한 대가 여섯 대의 무인전투기를 지휘하는 편대 개념을 선보였다. 무인전투기들은 편대장의 명령에 따라 어떤 위험한 임무라도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동영상에는 적의 지대공미사일 기지를 발견한 편대장이 무인기에 공격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무인기는 유인기라면 꺼릴 수 있는 낮은 고도까지 접근해 활공포탄을 투하, 완벽하게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다. 미 공군은 이들 무인기에 ‘충성스러운 윙맨(Loyal Wingm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연 단좌 F-35A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가 혼자 무인기 여섯 대를 지휘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유인기와 무인기가 결합한 편대의 전투력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공군은 새로운 무인기 대신 2030년께는 구형이 될 F-16 등 현용 전투기를 무인기로 개조하는 실험도 이미 수차례 실시해 성공을 거뒀다.

◇무인기 진화 어디까지?=동영상에서 선보인 무인기는 새로운 형상이다. 스텔스 기체에 수직 꼬리 날개가 없고 내부 무장장을 갖췄다. 화면상으로도 공중 재급유를 위한 기능이 식별된다. 무인기의 재급유가 가능하다는 것은 일선의 전장에서 무인기가 엔진 과열 또는 과부하를 견딜 수 있는 한도까지 비행하며 상시정찰·공격대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렇지 않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군의 감시자산이 보다 강력해진다는 의미다. 미 공군은 스마트 무인기의 등장으로 고질적인 조종사 부족 현상이 타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종사 신체상태도 원격점검=지상 사령부나 관제센터에서 유인기 조종사의 신체상태를 점검하는 시대도 열린다. 호흡에서 심장박동, 근육 이완 여부, 혈압을 사령부에서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조치해 저산소증 등에 따른 조종기능 저하와 방향감각 상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인 조종사들끼리 공중에서 서로 확인하는 현행 시스템보다 과학적인 진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각 무인기의 센서와 인공위성·무인정찰기 등이 수집하는 각종 정보도 유인기 조종사에게 바로 전달된다. 보다 강력해질 F-35A 전투기의 임무 컴퓨터와 수많은 정보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순서로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기능도 갖게 된다. 계기판과 연동된 조종사의 헬멧 자체가 컴퓨터 역할을 한다.



◇초소형 드론, 메뚜기떼처럼 운용=미 공군이 2030년 비전에서 소개하는 네 번째 무기는 초소형 드론. C-130 수송기에서 인간형 로봇(humanoid robot)이 대형 원통을 굴려 지상으로 떨어뜨린다. 낙하산이 펴진 원통이 회전하면서 토해낸 수백 개의 초소형 드론이 메뚜기떼처럼 적진으로 쇄도한다. 초소형 드론은 각각의 목표를 찾아 자폭하거나 개별 정보를 송신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그램린(Gremlins) 프로젝트’라는 사업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실전 단계에 이르렀다. 폭격기와 수송기·전투기에서도 발사, 운용할 수 있다. 미군은 수송기에서 초소형 드론을 회수하는 시스템까지 개발하고 있다.

◇통신망·전자장비 무력화하는 전자기파 순항미사일=가장 먼저 실용단계에 들어갈 미래 기술로 평가된다. 미 보잉사를 중심으로 ‘참프(CHAMP·Counter-electronics High Power Microwave Advanced Missile Project)’라는 이름의 관련 실험이 이미 성공을 거뒀다. 미 해군도 함재기에서 발사할 수 있는 AGM-158B 재즘 순항미사일을 전자기파 미사일로 개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보다 사거리가 긴 AGM-86B 미사일을 개조한 전자기파 순항미사일을 B-2 폭격기와 차세대 폭격기인 B-21에 탑재할 계획이다.

◇레이저포로 무장한 6세대 전투기=미 공군이 공개한 동영상의 하이라이트는 차기 전투기(F-X). F-22와 F-35를 개발한 후 가격(F-22)에 질리고 성능 논란(F-35)의 늪에 빠졌던 미 공군은 최근 의욕적으로 차기 전투기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개념 연구를 위해 내년에 5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이는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주목할 대상은 새로운 6세대 전투기의 개념이 공개됐다는 점. 제원이나 성능을 제시되지 않았으나 이 전투기는 두 가지 분명한 특징을 가졌다.

우선 외형상으로 수직 꼬리 날개가 없는 대형기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하고 초장거리 항속거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갈수록 방어하기 어려워지는 공중경보기와 급유기 등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갖추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두 번째는 레이저무기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중국도 레이저무기를 개발 중이나 지상 또는 함정 탑재용에 국한되고 군용기용 레이저 무기, 그것도 전투기용으로 개발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 공군은 미사일과 전투기 요격에 레이저를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 왜 서두르나, 한국의 현주소는?=미국이 전쟁의 변화를 서두르며 그 개념을 일반에게 공개한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첫째는 대외용. 러시아와 중국이 전략폭격기·순항미사일 등 신형 무기를 속속 개발해 미국의 전통적 제공권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기술력 우위를 활용해 전쟁의 틀을 바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두 번째는 대내용으로 예산과 관계가 있다. 국방예산 감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의 방향을 미국 내 우주항공 업체와 대학·연구기관에 알려 연구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미 공군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미래전의 개요를 조금 더 구체화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달리 방도가 없다. 기술력 격차가 크고 재원도 부족한 탓이다. 일부 개념 연구만 진행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보다는 기술이 크게 뒤지지만 방향은 잡고 있다. 육해공을 통틀어 무인화와 정보 네트워크화, 소부대 단위의 중요도 강화 등의 추세는 세계 공통이다. 우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변화하려는 육군의 노력이 눈에 들어오는 정도지만 그나마 일선 부대의 인식은 제자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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