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시가총액 순서로 글로벌 10대 기업을 실시간 보여주는 사이트 ‘미스터 캡’.
여기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아마존(전자상거래·814조원, 3월 30일 기준), 알리바바(전자상거래·549조원), 페이스북(SNS·575조원), 텐센트(게임·603조원), 구글(클라우드컴퓨팅 등·844조원) 등 이른바 신산업에 속한 기업이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우리가 전통 제조업 시각에만 매몰 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온 산업군들이다. 텐센트만 해도 토요타 시가총액의 2.5배가 넘고, 우버(73조)도 현대차의 2배 이상에 이르는 점을 떠올리면 뼈아프다.
전문가들은 초 연결사회가 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기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규제 잣대로만 신산업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중국 등 신흥국들이 신산업에서 글로벌 기업을 키워내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이에 필적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시가총액 전 세계 5위인 중국 텐센트의 경우 매출 절반이 게임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게임은 나쁘다’는 선입견으로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입으로는 개혁을 외쳐도 실제로는 변화에 둔감하다”며 “기업·산업을 보는 관점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만든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철수설이 나오는 GM만 해도 그렇다. GM은 한국GM의 군산 공장을 폐쇄하면서도 지난해 우버 경쟁사인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Lyft)’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GM뿐만 아니다. 포드도 지난해 ‘아르고 AI’라는 자율주행차 분야 스타트업에 약 1조원을 투입했다. 전통산업의 대표 격인 완성차 업체들도 신산업에 대한 시각을 많이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이제는 우버와 리프트와 같은 업체에서 일자리가 나온다”며 “우리의 규제나 교육 시스템은 이런 산업 변화를 따라가긴커녕 옛날 방식만 고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국내 대기업의 경우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스타트업과 협업에 익숙하지 않다”며 “규제 당국마저 신산업이라고 하면 보신주의적으로 접근해 기업이 기를 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가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설립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 리스트에 오른 236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쿠팡·옐로모바일·L&P코스메틱 단 3곳을 보유하는데 그쳤다. 반면 미국은 전체의 49.2%인 116개의 유니콘을 갖고 있었다. 중국도 우리의 20배가 넘는 64개사나 됐다. 비중으로는 27.1%를 차지해 2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영국이 13개, 인도가 10개로 뒤를 이었다. 연구원은 △공유경제 사업 규제 △벤처 기업에 주당 52시간 근무 허용 등의 법제도 규제 △차등의결권 불허와 같은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 어려운 환경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금지 등 대기업의 벤처 투자를 막는 대기업 정책 등이 유망 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