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선 키 쥔 국민연금...'분할 합병' 찬성하나

"현대차, 주주가치 훼손 안할것"
의결권 전문위원들 긍정적 신호
"주총 전까지 다양한 분석·진단
국민연금에 손해 끼치면 반대"


기아차(000270)가 16.88% 정몽구 회장이 6.96%, 현대제철이 5.66%, 현대글로비스가 0.67%를 보유해 우호 지분율이 30.17%에 달한다. 이번 분할합병은 상법상 특별결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의결권 있는 주식을 든 주주가 3분의1 이상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2가 찬성해야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통상 70~80%의 의결권이 주총에 참석한다면 46.7~53.3%가 찬성해야 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0.17%인 만큼 16.53~23.13%에 해당하는 외부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이 포함돼 있다. 황인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받아 보지 않아 판단하기는 이르며 오는 5월 중순 주총이 임박할 때까지 다양한 분석과 진단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은 분할합병이 시너지가 있는지, 있다면 제값을 받고 지분을 교환하는 것인지를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과 접촉한 전체 8명 가운데 과반수의 전문위원은 대체로 현대차그룹이 과도하게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봤다.

한 전문위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사건이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상황을 무시하고 소액주주에 불리한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소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구조 관여에 반대해온 또 다른 전문위원 역시 “인적분할 방식을 취하면서 현대모비스 존속법인 주주는 합병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지분을 교환한다”면서 “존속법인 주주가 손해를 보더라도 합병 법인 지분을 갖게 되면서 손해가 줄어들어 중립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일가에 유리하게 되도록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장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손해를 보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의결권 전문위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합병 조건을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은 일부 남아 있다. 의결권 전문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가격 산정이 법적 기준을 지켰더라도 손해 가능성이 있었다는 법원의 판결문을 근거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등 일부 사내이사와 감사 인선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 의결권 전문위원은 “8명의 전문위원의 생각이 제각각”이라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이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따른 것이었더라도 그것이 분석 결과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알짜 사업인 국내 단순모듈사업과 부품 AS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넘기면서 대가를 다소 덜 받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중장기로 보면 현대차그룹의 사업과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론상으로는 기아차와 현대제철의 반대도 가능하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당 23만3,429원의 가격으로 주식을 사주겠다고 밝혔다. 주주 입장에서는 분할합병 전 주가가 이 가격보다 낮으면 최대 2조원까지 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28일 26만1,500원에서 계속 하락해 현재 23만9,500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5월 임시 주총까지 이어지는 데도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가만히 있다가 합병 후 매수 청구 가격보다 낮게 팔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이 경우 기아차와 현대제철 주주가 배임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
/임세원·강도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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