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올해 1·4분기 실적 시즌이 도래함에 따라 실적 모멘텀이 도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상장사의 실적이 실망스러웠던 데다 올해 수출액이 연초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어 기대감을 키우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관련 정보기술(IT) 기업 비에이치의 2014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가 줄었다. 2015년에도 2014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윽고 2016년엔 영업적자를 봤다. 주가는 하락폭은 더 심했다. 적자를 봤지만 그 해 전 세계서 가장 많은 모바일기기를 판매하는 애플과 아이폰 OLED용 FPCB 납품 계약을 했다. 그러자 실적과 주가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해 비에이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913억원, 7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3,720억원에 영업적자 258억원을 보인 전년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이다. 2016년 2,000원이던 주가는 올해 초 최고 3만원까지 뛰었다.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기업. 드라마 같은 얘기처럼 기업가치도 드라마처럼 상승한다. 이에 투자자들은 언제나 실적이 바닥을 찍고 상승 추세를 타는 기업에 목말라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설치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화장품 산업은 이제 턴어라운드 싹이 돋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32% 감소했다. 화장품 관련주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성장률도 지난해 20% 감소할 정도로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커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중국 현지의 K뷰티 수요는 꾸준히 회복세를 타고 있다”며 “스몰캡 기업부터 반등에 나서는 화장품주 주가는 산업 밸류 체인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지난달에만 주가 상승률이 9%, 8%대를 기록하는 등 저점에서 반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따이공(대행 판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화장품 수요 회복의 시발점이다. 실제 대표적인 K뷰티 화장품 판매는 지난해 말부터 증가세다. 설화수와 후는 지난해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만 20%, 50%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의 브랜드 ‘후’도 같은 기간 매출이 60% 이상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각 회사들은 이를 틈타 지난해 말부터 중국내 마케팅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간 신작 모멘텀 부족으로 주가 침체를 겪어온 중형 게임사들도 올해 개별 호재 덕분에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는 올해 금융투자업계서 턴어라운드가 가장 유력한 기업으로 꼽힌다. 신작 출시가 잇따라 대기 중이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넷마블을 통해 ‘피싱스트라이크’, ‘이카루스M’이 출시될 예정이다. 하반기엔 대표작 미르의전설 모바일 버전도 나온다. 가장 큰 모멘텀은 중국 사업이다. 지난 4·4분기 열화뇌정, 성세패업 등 신작이 출시되며 라이센스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80% 상승한 13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최전기 등 미르의전설 기반 신작이 중국서 나온다. 또 위메이드가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미르의전설 IP(지식재산권) 매각 역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완료 예정이었던 전기아이피 조인트벤처 설립은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가치만 10억달러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지분 60%를 매각한다는 평가다.
2011년 7만원대 주가에서 지난해 1만원까지 주가가 하락한 네오위즈도 신작 모멘텀으로 최근 주가가 턴어라운드를 시작했다. 신작 포트나이트의 PC방 서비스를 담당하는 네오위즈는 관련 매출이 오는 2·4분기부터 인식될 예정이다. 포트나이트는 지난 2월 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매출액을 추월하며 네오위즈의 실적 역시 완연한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포트나이트가 본격 서비스되면 점유율 또한 의미 있는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작 ‘브라운 더스트’는 7일 일본서 출시됐는데 공격적인 마케팅 없이도 양대마켓 매출 순위 30위권 내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건설업종도 올해 빅베스(대규모 손실처리)가 종료되며 주가가 상승 반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월 기준 해외 신규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50억8,000만달러로 유가 회복에 따른 발주시장 개선에 힘입어 올해 해외 신규 수주 회복세가 진행되고 있다. 중동 시장도 같은 기간 4억4,000만달러 수주가 증가한 데 이어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15억달러 이상 수주가 늘어나는 등 전 세계 고른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어 올해 신규 분양물량 증가와 분양가격 강세로 2019년 이후 국내 사업 매출액 역시 꾸준히 상승세를 탈 것으로 평가된다.
GS건설은 국내 재건축 시장 입지가 탄탄해지고 있으며 해외 신규수주가 확대되는 점이 업종 내에서도 주가 상승에 힘이 실릴 예정이다. 특히 업종 내 해외 미청구공사 비중이 가장 낮고 현 주가도 올해 예상 실적 대비 과도한 저평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건설 역시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한 국내매출 성장세와 풍부한 해외 수준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해외부문 실적이 의미있게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예상을 웃도는 해외 신규 수주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올해 해외 신규수주는 12조3,000억원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국내 주택분양사업도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필두로 전년 대비 135%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