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극본 박필주, 연출 윤창범, 제작 지앤지프로덕션)에서 집에서는 가족들의 살림을 챙기고 동생들에게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장녀 이고, 회사에서는 후배의 실수까지 커버해주는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 박선하(박선영). 그런 그녀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6살 연하 팀원인 차경수(강성욱)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의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해온 장녀 선하. 매일 아침 가족들의 아침상을 차리고, 취준생 재형(여회현)과 현하(금새록)에게 용돈을 쥐어주며, 외도 오해를 받는 유하(한지혜)를 변호하기 위해 유하의 시댁에 무릎까지 꿇었다. 평생을 이렇게 막중한 책임감을 지고 살아온 선하 앞에 나타난 사랑꾼 차경수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
사실 경수는 업무 실수를 하고도 구구절절 변명만 늘어놓고, 명문대 나온 자신이 있을 데가 아니라며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누가 봐도 얄밉고 철없는 후배다. 그러나 선하와 단둘이 있을 땐 다르다. 폭풍애교와 사랑꾼의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에 선하가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다. 프러포즈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경수지만, 선하의 눈에는 그런 서툰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그런 그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엄마 우아미(박준금). 공무원 남편을 일찍 보내고 혼자서 억척같이 키워낸 아들은 그녀의 유일한 자부심이다. 여태껏 그래왔듯이 결혼도 엄마의 바람대로 좋은 집안의 어리고 착한 여자를 데려올 줄 알았는데, 분명 만나는 여자가 있으면서 신상을 숨기는 아들이 의심스러웠다.
경수 방의 옷장에 숨어서 통화를 엿듣고, 아들이 만나는 여자가 경수와 같은 팀 과장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아미는 결국 아들의 회사를 찾아갔다. 경수 몰래 팀장과 접선, 선하의 정보를 캐내 알게 된 사실은 경수보다 나이도 여섯 살이나 많고, 동생이 셋이나 딸린 별 볼일 없는 집안의 여자라는 것. 경수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아들 부심 넘치는 아미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아들의 입으로 모든 사실을 듣고, 확인사살을 당하고 만 아미는 “끝내. 당장 헤어져”라고 소리쳤고, 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하의 이혼으로 가족들에게 프러포즈 받은 사실을 말하지 못한 선하와 엄마를 이겨본 적 없는 외동아들 경수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