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지난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을 시작으로 같은 해 ‘무리한 도전’을 지나 2006년부터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자리 잡았다. 어느덧 13년 차를 맞이한 ‘무한도전’. 도전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고 브랜드를 만들어가면서 가장 선두에 섰던 이들이 바로 김태호 PD와 유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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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이별을 결정하며
‘무한도전’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태호 PD는 10여 년이 넘게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예능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기존 스튜디오 위주의 예능을 야외로 끌어내 리얼 버라이어티의 기틀을 확립했으며 정해진 포맷이 없는 프로그램의 장점을 살려 비인기 스포츠 종목 도전부터 ‘무한상사’ 등 콩트, 2년 마다 가요제 개최 등 장기 활용 가능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종영에 앞서 김태호 PD는 “처음 시작할 때는 정해진 게 없었다. 기존 방송 화법에서 부적합한 사람들이 모여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2008년 이후로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작과 달리 지켜야 될 룰도 생기고 카테고리도 생겼다. 2010년 넘어오면서부터 더 큰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고 끊임없는 도전의 이유를 밝혔다.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남자들이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도전기. 그러나 평균 이하라는 수식어는 2008년 이후로 사실상 사라졌다. 김태호 PD는 부족한 사람의 개인적인 도전이 아닌, 예능에서 할 수 있는 포맷의 도전으로 눈을 돌렸다. 생각은 해봤지만 실험하기 부담스러운 것을 ‘무한도전’에서 선도하자고 결심한 것.
그렇게 13년이 지나오니 이제는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김태호 PD는 자신에게 내제된 인문학적 소양이나 스토리텔링적인 부분을 탈탈 턴 것에 더해 건조기에 넣어 건조까지 끝난 상태 같다고 표현했다. “제가 13년 동안 잘했다기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왜 이 안에서만 맴돌까 생각했다”고 전한 김 PD에게 시즌제는 염원에 가까운 대안이었다.
13년 동안 함께하면서 가족 같아진 멤버들. 그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었다. 김 PD는 “알고 있는 성향이 많다보니 초반처럼 보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줄어든 것 같았다. 저란 인물 땜에 스토리를 더 뻗어나가지 못하나 생각도 들었다”고 자조했다. 조금 더 스토리텔링이 강한 PD가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2년 마다 PD가 바뀌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고.
기약 없는 시즌 종료, 혹은 종영은 이렇게 결정됐다. 원해서 휴식기를 가질 때나 파업 때문에 결방할 때나 어쨌든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니 준비하는 시간이 힘들었기에 이번에는 어떻게 돌아오겠다고 확언하지 않기로 했다. 가을 이후 ‘무한도전’ 시즌2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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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가 꿈꾸는 미래 예능
아직 구체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김태호 PD는 ‘마블 세계관’을 언급했다. ‘마블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각각의 슈퍼히어로들이 자신만의 서사를 이어나가는 것에서 착안한 거다. 김태호 PD가 전체적인 틀을 고민하면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역할은 후배들의 몫이 되는 것. 물론 세계관을 공유하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김 PD는 “앞으로 ‘무한도전’을 이어나간다면 그런 시스템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덧붙였다.
‘무한도전’은 13년을 이어 오면서 수많은 예능의 흐름과 마주했다. 2007년에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사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생존 전략을 고민했고, 2014년부터는 ‘무한도전’보다 더 리얼한 관찰예능이 자리를 잡으며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했다. 김태호 PD는 “‘이런 거 합니다’라고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을만한 고민은 어제도 계속 했다. 답을 찾으면 돌아오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 김 PD는 MBC 밖을 돌아다니며 노력 중이다. 숱한 이적설(?)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카드, 네이버, 카카오 등을 찾아가 마케팅 및 디지털미디어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변화하는 세태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MBC를 떠날 생각은 없다. JTBC, tvN 등 관계자가 장점을 어필할 때도 ‘무한도전’을 사랑한 것보다 더 큰 유혹은 없던 PD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무한도전’은 어떤 형식을 가져야 할까. 앞서 김 PD는 ‘무한도전’을 연출하면서 토요일 저녁에 방송하기보다 3분짜리, 5분짜리 온라인 콘텐츠로 나가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미래예능연구소’ 특집에서 발견한 미니언즈 캐릭터를 이용한 프로그램 제작, 하하와 양세형 등을 중심으로 한 개인방송, MBC에브리원과의 동시 편성 등 다양한 아이템과 플랫폼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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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재석
‘무한도전’에서 또 하나의 기둥이었던 유재석. 김 PD는 “유재석이 없었으면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고 공을 돌렸다. 김 PD가 ‘이게 될까’라고 생각하며 가장 많은 논의를 해왔던 상대가 바로 유재석이었던 것. ‘안 되면 말고’라는 정신으로 자신 있게 해보자고 공감하고 용기를 줬던 사람도 바로 유재석이었다.
유재석은 한 때 위기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여전히 국민 MC고 국민적인 호감도는 ‘넘사벽’ 수준이지만 그가 맡은 여러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더러 나왔다. 가장 오래 맡고 있던 ‘무한도전’과 이별하는 시점에서 그는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로 새 도전을 한다.
김 PD는 “유재석은 콘텐츠에 대한 열정이 높다. 본인의 임무가 뭔지 고민을 많이 하고 관찰이 아닌 다른 분야 예능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유재석이라는 이름으로 토크쇼를 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다. 본인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다른 방송인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것에 비하면 더뎌 보일 수 있겠지만 김 PD가 보기엔 가장 많이 노력하고 준비하는 예능인이라고.
김태호 PD와 유재석은 모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약을 위해 ‘무한도전’을 멈추고 숨고르기에 돌입한다. 김태호 PD는 13년 동안 많은 것을 쏟아내 거의 비어버린 부분을 채울 테고,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굴레를 벗어나 또 다른 플랫폼과 포맷에 도전한다.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량을 키우고 또 다시 ‘무한도전’으로 만나는 날에 기대가 모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