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중구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한국에서 이달 초 1,000만원을 넘어서던 비트코인 가격은 700만원대까지 떨어졌고 미국 거래소에서도 올 1·4분기에만 49% 하락했다. /연합뉴스
지난 1~2월 해외여행 경비로 반출된 금액이 6,000만달러를 넘어서며 2017년 한 해치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량이 암호화폐를 사는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는 여전히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월 해외 여행경비 목적의 외화 반출 규모는 2,280만달러(488건)로 1월(3,846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전체 반출액(7,238만달러)의 3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2월 두 달간 반출규모는 6,126만달러로 2017년(7,238만달러)의 85%에 이르며 2015년(2,645만달러)과 2016년(2,953만달러) 2년치를 합친 것보다 많다.
뭉칫돈의 급속한 유출 현상은 암호화폐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반출액이 폭증한 것도 외국에서 암호화폐를 사면 한국보다 20~30% 저렴하다는 ‘김치프리미엄’의 영향이 컸고, 관세청은 지난 1월 암호화폐 관련 6,375억원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하기도 했다.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김치프리미엄도 사라졌지만, 2월 반출 규모를 보면 여전히 상당한 돈이 암호화폐로 흘러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가 해외 비자금 조성을 위한 창구로 활용될 수 있고, 추후 암호화폐 광풍이 다시 불 경우 여행경비를 이용한 원정투기가 폭증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관세청은 지난 1월 여행경비로 대거 암호화폐를 산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 까지 별다른 제재는 하지 않았다. 현재 규정만 보면 해외여행 경비는 한도가 없고, 1만 달러 초과 시 세관에 목적만 신고하면 되는데 암호화폐 관련 조항은 없어서다. 이 때문에 관세청이 기획재정부에 ‘여행경비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는지’를 두고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석 달째가 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반출 규모도 상당 수준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권해석에 따라 잘못으로 판명 나면 벌금 부과 등 적법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