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법...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논란]최종구 집값 6억 올라 22억…신고는 전년 공시가 9.6억 그대로

재산신고 허점 노린 고위공직자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 외치면서
공시가 기준 재산 신고 제도 이용
실거래가 보다 줄여서 공개 빈번
공직자 재산 신고 제도 개선해야


청와대 주요 참모들과 정부 고위관료들이 신고한 아파트 가격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비교한 결과 차액이 많게는 두 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신고는 실거래가격이나 공시지가 중 선택해서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고위관료는 가액이 낮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신고해 현실과의 괴리가 더 커졌다.

1일 관보에 게재된 공직자 재산내역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재산이 가장 많은 참모로 꼽히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아시아선수촌(134㎡)에 산다. 장 실장은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를 하면서 이 아파트 가격을 공시지가 기준인 12억5,6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앞서 재산을 신고했을 때보다 1억5,200만원 오른 수준이다. 신고금액이 올라갔지만 이는 현실과 상당히 괴리가 있다. 실제로 장 실장과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는 지난 2016년 11월 16억6,136만원에 거래됐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되레 강남구의 집값은 더 뛰었고 장 실장의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23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장 실장이 신고한 금액과의 괴리는 무려 11억1,400만원에 달한다.

다른 참모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종규 재정기획관은 자신과 배우자 공동명의로 보유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이파크 아파트(177.99㎡)와 서초구 우면동 대림 아파트(103.89㎡)를 각각 7억7,600만원과 7억4,4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올 2월 실거래가는 이보다 약 5억원씩 높은 13억원, 12억3,800만원이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도 본인 명의의 아파트 두 채가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아파트(151.99㎡)는 8억원이라고 신고했는데 올 2월 이보다 두 배가 넘는 1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차 아파트의 경우 137.16㎡ 중 22.86㎡만 소유했다며 2억2,657만원만 재산 신고를 했는데 이 아파트의 경우 1월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아파트 전체 가격을 놓고 보면 10억9,400만원이 뛴 것이다.

김현철 경제보좌관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아파트(109㎡)를 8억8,800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실제 거래가는 두 배가 넘는 19억9,500만원이었다.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의 경우도 신고가액과 실거래가의 차액이 상당했다.


정부 고위공직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아파트(전용면적 119.92㎡)를 포함해 총 14억7,459만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최 위원장이 신고한 잠실 아파트 가격은 공시지가 기준 9억6,000만원. 하지만 지난달 이 아파트의 같은 평형대는 22억원에 거래됐다. 무려 12억4,0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김 위원장의 재산은 26억원이 넘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59.98㎡)를 5억8,800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실거래가는 13억2,000만원에 달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120.22㎡)도 신고금액과 실거래가가 5억9,800만원 차이가 났다.

이 때문에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신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를 외치면서 고위공직자들은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의 차이를 이용해 재산을 적게 신고하는 관행을 계속해서야 정책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냐”라며 “공직자 재산 신고 때 실거래가와 공시가 둘 다 적게 한다든지 둘 중 높은 것을 명시하게 한다든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정부도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최초 재산신고를 할 때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4월 초 입법 예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초 신고만을 염두에 두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위공직자들에게 1주택을 맞추기 위해 집을 팔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매각보다는 국민들에게 요구한 것처럼 임대사업자에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범죄자처럼 다루며 양도세 중과를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며 “고위공직자들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게 하기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해 정당하게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서민준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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