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바닥에 박는 원산폭격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북 도내 모 대학 여자 선배들이 학과 MT(수련모임) 행사에서 1·2학년 여학생들에게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는 속칭 원산폭격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이 대학 피해 여학생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모 유원지에 MT를 갔다가 밤늦은 시간 여학생 숙소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1·2학년 여학생 18명은 저녁 식사를 하고 대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과 술자리를 한 뒤 오후 9시 넘어 숙소에 들어갔다. 조교 겸 4학년생인 A양과 다른 4학년생 B양이 들어와 “교수님이 얘기 중인데 떠들고, 신입생들 간에 갈등이 있는데도 2학년생은 이를 다독이지 않아 분위기가 엉망”이라고 혼냈다. 이어 조교 A양은 1·2학년 여학생들에게 “모두 머리 박아”라고 원산폭격을 시켰다. A양은 나중에 원산폭격을 그만하라고 지시한 뒤 “MT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 이끌기 위한 단체 체벌인데 앞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가자. 체벌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MT 행사에는 교수를 포함해 모두 50여명이 간 것으로 파악됐다. 남자 교수 3명과 여자 교수 1명이 함께 갔지만 집단체벌 현장에 없었다. 학교로 돌아온 뒤 소문을 듣고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혀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여학생은 “7만원의 비용을 들여 수련모임에 갔는데 군대에서조차 하지 않는 원산폭격을 후배들에게 시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학은 2년제이지만 본인이 희망하면 4학년까지 다니고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A양은 이 같은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자 지난 30일 1·2학년 여학생들을 모아 “누가 말을 꺼냈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이 대학 이 학과의 교수는 지난해 말 남학생 5명을 학과 사무실로 불러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의 폭행을 저질렀던 적도 있었다. 피해 학생 2명에 대한 상해 및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직위 해제되기도 했다.
학교 측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1분가량 원산폭격을 시킨 것 같다”며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한 후 가해 학생들에게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