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날을 버티는 ‘안 풀리는 남자’ 경유, 도무지 새로운 글이 써지지 않는 유정이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렇게 한 남자가 옛 연인을 다시 만나면서 자신의 두려움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호랑이 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감독 이광국·제작 영화사 벽돌)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이광국 감독과 배우 이진욱, 서현우가 참석했다.
배우 이진욱, 감독 이광국, 배우 서현우 /사진=지수진 기자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라는 특별한 제목은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관용구에서 출발했다. 이광국 감독은 “저 관용구가 인상적이었다. 그 손님이 어떤 손님일까 생각했다. 7월 쯤 생각을 시작했는데 겨울이 되면 촬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뉴월을 겨울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광국 감독은 “한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버림받는 이미지에서 떠올렸다. 그 시기 나의 두려움, 두려움 앞에서 비겁하게 도망쳤던 기억들을 이야기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남자가 자신의 두려움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이진욱은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제목부터 흥미를 끌었다“고 영화 출연 계기를 전했다. 영화 속에서 이진욱은 영문도 모르고 갑작스레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인물 ‘경유’로 열연했다.
이광국 감독은 2004년 가을, 영화 ‘극장전’ 연출부 당시 오디션을 통해 만났던 이진욱 배우와의 첫 만남을 추억하며 13년이 지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의 ‘경유’로 다시 만난 배우 이진욱과의 각별한 인연을 전했다.
이광국 감독은 ”이진욱 배우는 웃는 모습이 내게 너무 좋게 남아있었다. 경유라는 역할을 시나리오 썼을 때, 내가 썼지만 이 캐릭터가 말도 없고 누군가에게 속 얘기도 잘 하지 않고 답답하기도 하니까 누가 하는게 좋을지 고민이 오래 갔다“며 ”그 과정에서 13년 전의 이진욱 씨 얼굴이 떠올랐다“라고 전했다.
/사진=지수진 기자
/사진=지수진 기자
이어 이 감독은 ”경유는 영화 안에서 별로 웃지 않지만 잘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서 이진욱씨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진욱은 ‘경유’ 란 인물을 소화하면서 신경 쓴 부분에 대해, ”누구나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리는 순간이 있다. 곤경이 몰아닥칠 땐, 곤경이 지나가길 얌전히 기다리라‘ 란 말을 들었다. 경유 역시 곤경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진욱은 “이것은 분명 누군가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고, 그 누군가는 감독님인 것 같았다.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진욱은 “그런 의미에서 ‘호랑이 보다 무서운’은 절대로 잊지 못할 작품이 된 거죠. 경유란 캐릭터가 나중에는 펜을 다시 들잖아요. 부활을 의미하죠. 그런 의미에서 부활의 단초, 제 개인적인 마음에서 심정적으로 단초가 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이진욱의 친구 ‘부정’으로 등장하는 서현우는 “감독님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많은 감정과 생각이 들었었고, 꾸밈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 캐릭터 ‘부정’ ㅣ란 이름에서 많은 소스를 얻었다. 아버지의 정, 부정하다 두 가지를 작품 안에서 다 하고 있다. 친구 따뜻하게 받아주기도, 친구의 앞날을 위해 당차게 거절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주연배우 고현정이 불참한 건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이광국 감독은 . “2006년 영화 ‘해변의 여인’ 조감독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며 “노 개런티로 참여해주셨다.우리 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계신 선배님이라, 시사회 불참이 아쉽다기 보다 선배님이 좀 더 빨리 추스르기만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이진욱은 드라마 ‘리턴’ 하차 논란을 일으킨 고현정에 대해서 속내를 전하기도. 그는 ”안타깝게도 끝까지 ‘리턴’을 함께 하지 못했다. 어느 현장이든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걸 해결하는 방식의 차이인 것 같다. 내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현우는 ”고현정 선배님을 따로 뵌 적이 없다. 정말 얼굴을 직접 뵙고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 날. 영문도 모르고 갑작스레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경유(이진욱). 그리고 그런 경유 앞에 불현듯 나타난 소설가 유정(고현정)의 이야기다. 오는 4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