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 대란' 해법은] 질좋은 페트병은 없어 못팔아…생산부터 재활용까지 고려해야

양질의 美 폐지·日 페트병
국내 수입량 급격히 증가세
국내도 색 비닐을 투명으로 생산 등
제작부터 돈 되는 재활용쓰레기 강구
막힌 수출길, 내수서 활로 찾아야


“폐지와 폐플라스틱 등의 중국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미국·일본 등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폐지와 폐플라스틱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배출하는 재활용품의 낮은 품질과 외국서 들어오는 재활용품의 높은 가격 경쟁력 등이 주요 요인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거기서 찾아야 합니다.” (박필환 전 한국재활용수집선별협동조합 사무국장)

수도권 재활용 선별 업체 48곳이 아파트단지 등에서 폐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면서 쓰레기 대란의 급한 불은 꺼졌다. 하지만 정부가 업체들을 설득해 임시방편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정부가 앞으로 업체들이 받아들이기에 부족한 수준의 지원방안을 내놓으면 업체들이 또다시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미봉책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폐플라스틱은 1,774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097톤)보다 무려 92%(2만323톤)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폐지의 대중국 수출도 5만1,832톤에서 1만8,655톤으로 40.6%(3만3,177톤) 감소했다. 특히 폐지 가운데 골판지의 대중국 수출은 2만5,002톤에서 1만635톤으로 57.5%(1만4,367톤) 급감했다. 모두 중국이 지난해 7월 발표, 올해 1월부터 시행한 저급 폐플라스틱·폐지 금수조치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양질의 폐지와 폐플라스틱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는 페트병 등 폐플라스틱이, 미국으로부터는 폐지가 들어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지사들은 한국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질 좋은 미국산 폐지를 마구마구 갖다 써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있다”며 “미국산 폐지를 실은 벌크선이 중국으로 못 들어가다 보니 우리나라로 방향을 틀어 들어오기도 하고 미국서 바로 오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질 좋은 페트병과 스티로폼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오히려 품귀 현상을 빚기까지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출입 재활용품의 질적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제품의 제작과정에서부터 재활용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단지에서 수거되는 폐비닐은 오염된 것이든, 깨끗한 것이든 예나 지금이나 중국에 내다 팔 수가 없다”며 “그동안 중국에 팔렸던 폐비닐은 다양한 색이 덧입혀진 불투명한 가정용 비닐이 아니라 마트나 사업장·공장 등에서 나오는 흰색 투명비닐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색상 비닐을 흰색 비닐로 바꾸기만 해도 폐비닐의 상품 가치는 훨씬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준욱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일반 비닐도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흰색 투명비닐의 활용도가 더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폐지·폐플라스틱의 수출입 상황을 모니터링만 할 게 아니라 추이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품이라고 해서 내수시장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내수시장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업자들이 죽든가 말든가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적어도 수출입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환경부가 업체들을 대화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폐지·폐플라스틱 등 수입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품목에 대해 재생원료 사용 업계의 국산 물량 사용 촉진방안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폐지의 경우 제지 업체를 대상으로 국산 재생원료 적정 사용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다. 자원재활용법이 규정하고 있는 80%의 이용목표율을 준수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사용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플라스틱·비닐류 등의 분리배출 요령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금수조치를 내린 대상은 저급 폐지와 폐플라스틱이지 양질의 재활용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질 좋은 폐지와 폐플라스틱은 중국이 수입하지 않더라도 제3국에 내다 팔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품을 수거해오면 쓸 수 없는 것이 대다수”라며 “국민들이 제품화가 가능한 상태로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날 수거 업체의 선별 후 잔재물 처리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내용의 방안을 내놓았다. 폐비닐 등을 사업장 폐기물이 아닌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톤당 20만~25만원 하는 소각비용을 톤당 4만~5만원으로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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