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을 찾아보기 힘든 증시에서 어닝시즌에 대비한 종목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1·4분기 국내 상장사 전체 실적은 다소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실적 개선주를 골라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하다. 특히 1·4분기에 이어 2·4분기까지 이익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삼성전기(009150) 등 삼성그룹주와 정유화학주, 코스닥 반도체·정보기술(IT)주 등이 주목된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에서는 엔씨소프트(036570)와 삼성전기·삼성엔지니어링(028050), 호텔신라(008770)와 삼화콘덴서(001820), CJ CGV(079160) 등이 어닝시즌 가장 기대되는 실적 개선주로 꼽혔다. 오는 1·4분기, 2·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대비·IFRS 연결 기준)이 가장 높을 종목을 각각 상위 30개씩 뽑아 공통되는 종목을 추려낸 결과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모바일 게임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덕분에 1·4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508%, 2·4분기에도 371%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성수기와 듀얼카메라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1·4분기 432.4%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삼성그룹주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주 회복에 이어 이익 회복도 기대된다. 2·4분기에는 순이익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이밖에 정유화학주, 중국 관련주의 약진이 기대됐다. 정유화학주 중에서는 금호석유·OCI 등이 상반기 영업이익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지목된 가운데 S-OIL, SK이노베이션(096770), 롯데정밀화학(004000)의 2·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도 각각 264.6%, 102.2%, 68.3%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생산설비 고도화 등 투자 효과와 정제마진·화학제품 가격 상승 등이 실적 증가의 동력이다.
중국 관광객 수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호텔신라는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전년 대비 110.9%, 105.6%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나투어는 1·4분기보다 2·4분기에 더욱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됐다. 이밖에 국내 영화 시장 침체로 지난해 2·4분기 23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했던 CJ CGV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사 전반의 실적은 다소 실망스러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1·4분기 영업이익은 52조원으로 전년 대비 11.5%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업 실적 전망치는 올 들어 꾸준히 하향 조정돼왔다. 박석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확인한 후에나 주식 자산에 대한 비중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갈등 등도 증시 상승의 장애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종목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발작적 조정, 보호무역주의 압력 강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4분기 코스피가 보합세를 나타냈다”며 “이 같은 시기의 시장은 종목 위주로 흐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반도체·IT주가 대거 영업이익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카메라모듈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하이비젼시스템의 1·4분기 영업이익 성장률은 3,754.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북미·중국 등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로 매출처를 다변화한 덕분이다. 비아트론(141000)·테크윙(089030)·유진테크(084370) 등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들도 실적 개선주 상위권에 꼽혔다. 반도체 대기업들의 투자가 늘면서 이들 기업의 반도체 생산설비 등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2·4분기에는 코스닥 게임주의 약진이 기대된다. 게임빌(063080)과 위메이드(112040)가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 가운데 더블유게임즈, 펄어비스의 2·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68.6%, 257.5%씩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반적으로는 덩치가 큰 IT 종목들이 가시적인 실적 개선을 보여줘야 증시 상승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소연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익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IT 업종의 실적이 회복되기 전까지 시장은 박스권을 뚫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는 정유·철강·건설·조선·운송 등과 미디어·증권 등 모멘텀이 살아 있는 업종 위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