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中 "때린 만큼 돌려준다"...트럼프 제재품목 발표 앞두고 맞불

中, 美 128개 품목에 보복관세
대두·보잉사 항공기 구매제한 등
초강경 제재 카드는 뒤에 남겨둬
전면전땐 美동맹국 연대 가능성
美압박강도 보며 순차대응 나설듯


“중국은 무역전쟁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이는 빈말이 아니다. 상대가 공격해 오면 우리는 곧바로 반격해 대응할 것이다.”

중국 재정부가 미국산 돼지고기와 과일 등 128개 품목에 대한 대미 고율 관세를 발표한 다음날인 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사설을 통해 쏟아낸 말이다. 그동안 강경한 대미 무역압박 조치를 주문해온 환구시보는 이날 ‘허우파지런(後發制人·상대가 공격하면 곧바로 반격해 제압한다)’이라는 표현에 중국 지도부의 대미 무역전쟁 응전 의지를 담아냈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 조치에 물러서지 않고 “나를 세게 때린 만큼 그대로 되돌려주겠다”는 ‘이에는 이’ 전략으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이번 중국의 조치가 당장 양국 간 통상 전면전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이번 1차 맞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중국의 수입량이 많은 미국산 대두(메주콩)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조치와 미 국채 매각, 보잉사 항공기 구매 제한 등 일각에서 거론됐던 초강경 대미 압박 수단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는 일단 양국 간 최악의 진흙탕 싸움은 피하겠다는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는 6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 품목들을 확정할 계획인 만큼 관세 부과 리스트를 확인한 뒤 그에 맞게 순차적인 대응 카드를 꺼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이징 외교가와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이 이번에 다소 예상보다 빨리 대미 맞보복에 나서기는 했지만 미국과의 무역 전면전을 치르는 것에는 여전히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대두 카드를 꺼내 들 경우 미국과의 무역 전면전 분위기가 짙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중국 초강경 압박 조치를 부추기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대두 생산량의 3분의1을 수입하고 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대미 맞보복 조치가 약하면 중국인의 불만이 커지고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막기도 힘들지만 보복 조치가 너무 강하면 되레 중국 경제에 타격이 되고 미국의 강력한 역공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두가 이번 대미 보복관세 조치에 적용되지 않은 점은 중국 지도부의 복잡한 속내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대신 중국 당국은 돼지고기와 과일 등 농산물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팜 벨트(Farm Belt)’ 여론을 동요시키는 카드를 선택했다. 이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를 의식한 다분히 우회적인 압박 전술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시진핑 지도부는 관영매체와 전직 관료, 미국 내 중국 외교 채널을 통해 미 국채매각과 애플, 보잉 항공기 구매제한 조치, 미국 유학생 통제와 미국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는 극단의 압박 조치 가능성을 흘리고 공개적으로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도 미국과의 물밑 협상을 통한 해결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관영 언론과 정가에서의 확전 불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번에 중국 당국의 대미 무역 관세 맞보복 조치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은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 미국이 한국·일본·호주 등 안보 동맹국과 강력한 연대에 나서 중국이 외교적으로 포위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이 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현실화하고 양국이 최근 진행하는 물밑 교섭마저 실패할 경우 중국도 결국 이에 상응하는 추가 보복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최근 “관세 대상 품목에 중국의 첨단기술 제품을 대거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혀 블룸버그 등 미 언론은 중국산 가전제품 및 통신기기 등 100개 이상 품목에 25% 안팎의 고율 관세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무역 전쟁에서 강공책을 선호하는 트럼프 정부가 대중 관세 폭탄에 이어 미국 내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하거나 이를 관리·감독하는 규제까지도 통상 전쟁에 무기로 활용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협상이 돌파구를 찾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정보기술(IT) 등 첨단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해도 두 달가량 미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자국 내 피해 여부를 따진 후 발동할 계획이어서 중국이 재차 보복 조치를 즉각 시행하기보다는 미국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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