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은 교육당국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다면서도 속으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시 비중 확대는 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를 추진해온 기존 정책기조와도 상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달 25일 교육부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수능 최저점수 폐지를 각 대학에 권고한 상황이었다. 수능 최저점수 폐지로 학종 만능시대를 조장하면서도 정작 정시전형 비중을 확대하라니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대입제도가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탓이 크다. 수능 최저점수 폐지 권고는 우려대로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청와대 국민청원코너에 10만명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반대’ 의견을 개진했고 여당 초재선 의원들은 학종의 전면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국민적 반발을 수습한답시고 부랴부랴 정시모집 확대라는 땜질처방을 내리다 보니 사달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시전형에 과도한 쏠림을 막아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론 수렴 절차 없이 대학의 모집요강까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창구지도’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입제도 변경을 손바닥 뒤집기쯤으로 여긴다면 또 언제 바뀔지 모를 일이다. 60만 수험생과 그 두 배에 이르는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인인데도 행정지도 하나로 바꾸겠다는 독선과 무모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