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삼총사에 출연하는 배우 손호영./송은석기자
1999년 아이돌 그룹 지오디(god)로 데뷔한 손호영이 뮤지컬 배우 등으로 진로를 변경한 지 어느덧 10년. 이제 그는 누가 뭐래도 ‘1세대 아이돌 출신’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다.
요즘 손호영은 뮤지컬 ‘삼총사’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달타냥 역을 통해 안정감 있는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고 있다. ‘삼총사’에서 팬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에게 “이제야 제 옷을 입은 것 같았다”고 하자 “우직하게 밀고 나아가는 달타냥의 모습이 실제 저와 굉장히 흡사해 연기하는 데 편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또 “뮤지컬 ‘삼총사’가 10년간 만들어온 노하우와 ‘삼총사의 세계’가 있어서 저는 그냥 그 안에 들어가서 ‘저만’ 잘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숟가락으로 밥을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는 상황인데 저는 그것조차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작품에 폐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여 그간의 그의 마음고생과 노력을 짐작하게 했다.
‘삼총사’는 ‘개그 콘서트’ ‘코미디 빅리그’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을 보듯 웃기고 즐겁고 경쾌하다. 그는 이 분위기에서 너무 튀지도 그렇다고 해서 무색무취의 안전하기만 한 연기가 아닌 적당하게 튀어주고 적당하게 빠져 주기도 했으며, 그가 지오디의 보컬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줄 만큼 노래 실력 역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그는 이런 평가를 왕용범 연출의 덕으로 돌렸다. “첫 장면의 첫 대사가 “아버지”로 시작하는데 이 대사만 2시간 정도를 연습시키셨어요, 2시간 동안 아마도 “아버지”를 100번도 넘게 외친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대사 하나하나 노래 한 소절 하나하나 모든 것을 신경 써주신 덕이죠.”
뮤지컬 삼총사에 출연하는 배우 손호영./송은석기자
이번 ‘삼총사’에서는 달타냥 역에 손호영 외에도 엄기준, 서은광이 캐스팅됐다. 어떤 배우가 무대에 올라가느냐에 따라서 애드리브가 달라진다. 손호영의 경우에는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 등 삼총사가 여성 관객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게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가 무대 아래로 내려가 여성 관객에게 다가가자 객석은 들썩이기 시작했고, 그가 이마에 키스를 하자 커다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진짜 키스를 했냐”는 짓궂은 질문에 그는 잠시 당황하더니 “모든 신에 진심을 담았다. 당연히 진짜로 한 것이고 양해를 구하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돌 1세대로서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고민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아이돌 출신이 뮤지컬에 진출하던 시기만 해도 인기를 등에 업은 손쉬운 진로 변경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것.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많은 준비가 안됐어요. 그럼에도 뮤지컬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뮤지컬 하나만 바라보고 기초부터 다진 배우들에게는 (아이돌 출신이)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역할만 충실히 잘한다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못 하면 문제죠.”
윤계상은 배우로 입지를 다졌고 다른 멤버들 역시 나름의 길을 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오디는 해체하지 않았기 때문에 데뷔 20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오디와 마찬가지로 ‘1세대 아이돌’인 신화도 20주년을 맞이했고, 솔리드 역시 21년 만에 다시 뭉쳤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손호영은 “정말 좋았던 시절, 함께여서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우리가 활동하고 사랑을 받았던 것이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대로 추억 속으로 사라지기에는 저희가 너무 멀쩡하고, 꿈도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지오디 20년 기념 앨범과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다. 끝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뮤지컬 삼총사에 출연하는 배우 손호영./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