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지혜(42·가명)씨는 출근길 혼잡한 버스 안에서 신용카드를 분실했다. 분실신고와 재발급이 다급했던 김씨는 상담원과의 전화통화 대신 롯데카드 챗봇 서비스 ‘로카’를 통해 간단히 분실신고와 재발급 신청을 완료했다. 이동 중 소음에 어렵사리 상담원과 통화를 이어가는 대신 대기시간 없이 관련 업무를 재빠르게 처리할 수 있던 셈이다.
‘인공지능(AI) 상담원’이라 일컫는 챗봇(AI 기반의 대화형 메신저) 도입이 카드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사로운 질문을 주고받는 단순 메신저 역할을 넘어 카드 발급과 금융서비스 신청 등 실제 상담원이 했던 역할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게 특징이다.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정책적 변화뿐 아니라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새 경쟁자의 출현으로 극한 경쟁에 내몰린 가운데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같은 모델이 추후 상담 인력을 대체하고 비용절감으로까지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단순 상담뿐 아니라 카드 발급 업무도 볼 수 있는 AI 챗봇 로카를 홈페이지·애플리케이션·카카오톡에 도입했다. 기존의 챗봇은 고객에게 카드 정보만을 안내해 고객이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홈페이지에서 별도로 신청해야 했다. 롯데카드의 로카는 실제 상담원처럼 카드 발급에 필요한 질문을 고객과 주고받으며 신청 절차를 끝낼 수 있게 해준다. 이용명세 조회, 즉시 결제, 개인정보 변경, 분실신고 및 카드 재발급, 금융서비스 신청 등도 로카를 통해 할 수 있다. 현재는 휴일이나 심야시간 등 24시간 응대 가능한 챗봇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게 카드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상담원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챗봇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기존 상담원 인력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높고 카드사로서는 비용절감의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 확산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8개 전업 카드사 임직원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 말 1만1,131명이던 것이 2017년 말 1만978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가맹점수수료 인하 정책을 추진하면서 카드사 실적들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결국에는 고정비를 줄이게 되고 감원에도 나서야 하는데 결국에는 상담원 등을 AI 등으로 자동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I 도입이 특정 카드사에 머물지 않고 전 카드사로 확산되면서 인력 대체 효과는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앞서 챗봇 서비스 ‘버디’를 출시했다. 가령 이용자가 특정 카드의 영화관 혜택에 관해 물어보면 포인트 사용 등 해당 카드를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혜택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신한카드 역시 지난해 업계 최초로 ‘모바일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