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DP) 부문 실적 부진에도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계속된 덕에 사상 최대에 근접한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지난 2017년 2·4분기부터 이어진 사상 최대 분기 실적 행진은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한 애플 아이폰X 판매 부진과 중국발(發)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 영향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익 규모가 직전 분기 대비 1조원가량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 분기 이익의 70~80% 수준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6일 1·4분기 실적 잠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 부문별 실적이 아닌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만 투자자 편의 차원에서 공개된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1·4분기 매출이 61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14조5,700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직전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매출 65조9,800억원과 영업이익 15조1,500억원보다는 소폭 부진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는 크게 개선된 수치다. 삼성전자는 2017년 1·4분기에 매출 50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번 분기 실적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직전 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전체 이익의 72%에 이르는 무려 10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말 낸드를 생산하는 평택 반도체 공장 정전 사태가 있었지만 실적에 영향을 줄 재료는 아니다”라면서 “10조원 넘는 견조한 이익 달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인 D램·낸드 쌍두마차의 이익 구도에는 일부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D램은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률 개선이 유효하지만 낸드플래시의 경우 이익률 하락 반전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은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4% 상승한 반면 낸드는 5%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반도체 부문 전체 영업이익은 10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와 비슷하겠지만 D램은 이익이 4% 늘고 낸드는 10%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낸드 가격 4% 하락을 예상한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낸드 사업 기준으로 2016년 3·4분기 이후 첫 하락”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시장 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128기가비트(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앞선 지난해 9월 말 가격이 3.11% 꺾인 이후 꿈쩍 않는 것이다.
IM(IT·모바일)부문도 갤럭시S9 시리즈 출시 효과로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출시 초기 판매량은 전작 갤럭시S8의 70~8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가 정책과 ‘체험 마케팅’에 집중하는 효율적 마케팅 전략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갤럭시S9 플러스 출고가는 전작보다 6만6,000원(64GB 기준) 비싸다. CE(소비자가전) 부문에서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에서 예년보다 적은 3,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떠받쳐주는데도 전체 분기 실적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부문 이익은 2,000억~3,000억원대에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2016년 2·4분기 영업이익 1,400억원을 기록한 후 2년여 만의 최저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X에 OLED 패널을 전량 공급했는데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하면서 가동률이 절반 수준(A3 라인 기준)으로 뚝 떨어졌다. 1·4분기 ‘아이폰X’향(向) OLED 패널 출하량은 직전 분기보다 60% 넘게 줄어든 1,500만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대형 LCD 양산 본격화로 패널 가격이 하락한 LCD 부문도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171달러였던 TV용 패널 평균 가격은 올 1·4분기 155달러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이 1·4분기 적자 전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