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①]‘곤지암’ 정범식 감독, 호러 영화의 관습을 비틀자...관객 환호

곤지암, “젊은 세대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호러 영화와 결합”

‘新 한국형 호러 영화가 탄생했다. 개봉 6일째 136만 관객을 돌파한 ‘곤지암’(감독 정범식)은 2018년 한국 영화 최단기간 기록을 달성한 것에 이어, 최근 10년간 한국 공포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국 공포 영화 부활의 선봉장이 된 ‘곤지암’ 정범식 감독을 만났다.

정범식 감독 /사진=㈜쇼박스

정범식 감독은 이번 영화 ‘곤지암’에서 이례적인 촬영 방식과 디테일한 연출력, 틀을 깨는 아이디어로 생동감 넘치를 리얼 공포를 선사한다.

영화의 소재는 한국의 대표적인 폐가 괴담의 주인공인 ‘곤지암 정신병원’.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놀이공원, 체코 세들렉 납골당, 일본 아오키가하라 숲, 토고 동물 부적 시장, 멕시코 인형의 섬, 일본 군함도와 함께 2012년 CNN 선정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곳이다.

정 감독은 실제 장소를 소재로 가상의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곤지암’의 모티브가 실존하는 장소인 만큼 공간이 주는 위압적인 공포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인터넷 개인방송 생중계’ 콘셉트를 채택, 마치 유명 유튜브 채널의 생중계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그렇게 새로운 형식의 흥미로운 공포 영화가 탄생했다.

‘곤지암’은 젊은 세대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호러 영화와 결합한 영화. 정감독은 “젊은 세대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영화에 그대로 녹이고 싶었다”고 독특한 콘셉트에 대해 설명했다.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콘셉트는 제 아이들이(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인터넷 방송 BJ 방송을 많이 본 것에서 착안했다. 소위 먹방을 많이 보던데, 처음엔 그걸 왜 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 알고 보니 그냥 지금 보이는 ’꺼리‘ 들을 즐긴다고 했다. 그렇게 저희 영화 역시 사연이나 소재가 주는 상징을 깊게 들어가기 보다, ‘공포’라는 ’꺼리‘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달려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특히 페이크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파운드 푸티지라는 하위 장르에 중점을 더 차별성을 꾀했다. 또한 캐릭터나 사연의 기승전결을 끌어들이기 보단, ‘체험형’ 내러티브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 공을 들였다.

“공간 자체를 캐릭터로 두고 인물들의 리액션을 관객들이 지켜보게 했다. 관객은 극중 인물들이 참여하는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되는 거다. 요즘 공포영화들이 과시하듯 보여주는 과도한 장치나 음향효과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의 공포영화들이 잘 구사하지 않는 내러티브 방식과 고전영화들의 서스펜스를 만드는 방식을 합치면 어떤 영화가 나올지를 궁금했다.”

정감독은 공포영화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직시했다. 극을 끌고 가는 주된 정서, 캐릭터의 정서보다는 감정들의 생생함, 그리고 눈과 귀에 보이고 들리는 재미있는 콘텐츠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봤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서스펜스를 조율하는 편집과 사운드이다.

영화 ‘곤지암’ 스틸

“서스펜스를 조율하는 부분에 있어선 고전적인 호러 영화 방식을 택했다. 쇼트와 쇼트간의 결합으로 인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방식 말이다. 개인적으론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님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의 고전적인 방식을 좋아한다. 이번 작품은 쇼트를 연결하거나 미루고 또 지속시키기도 하면서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컷이나 소리를 절제하면서 한수 한수 서스펜스를 조율해 정교한 편집을 보여주고자 했다.”

호러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관객이 어떤 호흡과 심장박동 소리를 가지고 관람하는지를 캐치하는 것. 그동안 한국 영화에 없던 체험 공포라는 진화한 콘셉트를 통해, 10대와 20대들의 취향 저격에 성공했다.

“물리적으로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를 예상하면서 만들었다. 편집의 리듬과 템포, 사운드, 시각적 밸런스가 그만큼 중요한 영화다. 한 프레임 더 넣고 빼는지 여부에 따라

공포가 면도칼처럼 파고 들어갈 수 있다. 이번엔 모니터 시사 반응을 많이 참고해서 마지막까지 세공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한편, 3월 극장가의 흥행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곤지암’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배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이승욱, 유제윤이 출연한다. 러닝타임 94분. 15세 관람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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