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곤지암’ 정범식 감독, “호러영화는 관객과의 흥미로운 밀당”

“‘곤지암’은 기존 호러 영화의 박자와 리듬과 다르게 배치”

“물리학적 법칙을 뒤틀었을 때 느끼는 기이함 경험 할 것”

언제 어디에서 다가올지 모르는 의문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날 것 그대로 체험 할 수 있는 ‘곤지암’은 흥미와 공포의 촉을 다시금 꺼내들게 만드는 영화이다.

관객을 완전한 체험 공포의 세계로 안내하는 ‘곤지암’(감독 정범식)이 2018년 한국 영화 최단기간 기록을 달성한 것에 이어, 최근 10년간 한국 공포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개봉 6일째 136만 관객을 돌파했다.

정범식 감독 /사진=㈜쇼박스

한국 공포 영화 부활의 선봉장이 된 ‘곤지암’ 정범식 감독을 만났다.

일반적으로 호러 영화에서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사용한다. 하지만 ‘곤지암’은 ‘체험 공포’라는 모든 배경 음악과 효과음을 과감하게 제외, 공간감을 살려주는 ‘앰비언스’만을 활용했다. 과도한 음악이나 이펙트를 최대한 배제하고 배우들의 숨소리, 바람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등 공간이 만들어 내는 사운드만으로도 날 선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미세한 조명에 의지해 공포 체험을 하는 배우들이 촬영하는 카메라 앵글의 특수성도 한 몫했다. 하지만 제작 초기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도 장르가 호러 영화인데 음악이라던가 이펙트를 가끔은 과도하게 사용해야 하지 않겠나’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정범식 감독은 ‘체험 공포’를 표방하려면 인위적인 공포감을 선사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현실에서 채집된 사운드를 최대한 그대로 쓰는 것이었다.

“기존의 호러 영화들을 보면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시간 배분 룰이 있다. 하지만 난 일부러 그 룰을 어그러뜨렸다. 관객분들이 호러영화를 즐기면서 패를 다 아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 긴장과 이완의 박자를 다르게 가고 싶었다. 사실 저희 영화는 후반에 공포가 몰아친다. 맨 마지막에 강강강으로 몰아치는 걸 관객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정범식 감독이 정의하는 호러 영화는 “관객과의 싸움”이다. 즉 패를 쉽사리 꺼내놓지 않는 관객과의 밀당에서 정교하게 강약 조절을 해야 하는 것. 호러 영화 마니아라면 초반 ‘곤지암’의 템포와 박자를 보면서 ‘어쩌려고 그러지’란 걱정 아닌 걱정도 하게 될지 모른다.

“긴장과 이완의 순서를 다르게 배치한 공포 영화다. ‘어쩌려고 그러지?’ ‘왜 이런 이 박자로 나가지?’ 란 걱정이 후반 공포와 맞닥뜨리면서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 관습적이고 친절한 호러영화를 만들기보다, 박자를 어그러뜨리는 호러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초반 유쾌하게 떡밥을 즐기시다가 의아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게 분명 공포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

‘곤지암’은 뚜렷한 기승전결 서사나 메시지를 과감히 삭제했다. 단 권선징악적인 보편적인 주제 역시 공포의 한 도구로 사용했다. 정범식 감독의 영리한 연출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호러 타임즈’의 공포 체험 대장 위하준은 곤지암 정신병원 공포 체험을 기획한 체험 대장이다. 베이스캠프에서 모니터를 통해 멤버들의 상황을 파악하며, 냉철하고 빠른 판단력으로 멤버들의 이동, 업무, 진행을 지시한다. ‘호러 타임즈’ 방송 100만 뷰 돌파를 목표로 방송에 가장 큰 의욕을 보이는 인물이다. 후반 공포의 강도를 극대화시키는 이 인물에 대해, “물리학접 법칙을 뒤틀었을 때 느끼는 기이함을 영화 속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100만 뷰에 집착하는 하준이의 캐릭터를 보고 돈에 대한 집착과 광기를 느낄 수도 있지만 시간과 공간이 뒤틀린 것처럼, 하준이의 인격도 뒤틀려서 보일 수 있다. 그런 지점은 열어 놓고 봤다. 공간과 시간 뒤틀림, 더 나아가 캐릭터의 뒤틀림이 관객에게 보여질 때, 공포가 최고로 치달을 거란 느낌이 있었다.”

정범식 감독은 국내 웰메이드 공포 영화의 계보에 이름을 올린 ‘기담’으로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이 작품으로 제2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제10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신인감독상, 제8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공포 영화 전문 감독이란 자랑스런 닉네임도 얻었다. 그는 “워낙 빠른 속도에 익숙한 시대지만, 관객들이 공포 영화만큼은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응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영화임에도 실험적인 시도들을 많이 할 수 있다.”라며 공포 영화 연출의 매력을 밝혔다.

“그동안 ‘기담’과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공포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특별히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관객과의 밀당을 좋아한다. 또 여러 가지 형식적인 시도들을 공포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해볼 수 있어서 자꾸 만들게 되는 것 같다.”

한편, 3월 극장가의 흥행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곤지암’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배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이승욱, 유제윤이 출연한다. 러닝타임 94분. 15세 관람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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