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 로보칼립스 공포, 잉여 인간의 저항은 시작됐다


2일 방송되는 ‘MBC스페셜’에서는 ‘<10년 후의 세계> 2부 잉여 인간, 저항의 시작’ 편이 전파를 탄다.

2017년 말 BBC는 “한국은 AI 로봇의 최적 번식지”라고 했다. 노동자 1만 명 당 631대의 로봇을 사용하는 로봇 사용률 1위, IBM의 의료 인공지능 왓슨이 가장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는 나라. 첨단기술을 활용한 인간 노동의 대체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가속된다면, 과연 한국인들의 10년 후 삶은 어떤 모습일까? 로봇칼립스의 조짐에 대해 저항을 시작한 사람들과, 기술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일자리와 행복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실험을 찾아간다.

▲ 미리 만난 세계, 로보칼립스

‘로보칼립스(로봇으로 인한 종말)’를 둘러싼 공포가 만연하다. 5년 째 대형 트레일러 기사를 하고 있는 정윤희(50)씨도 요즘 두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자율주행형 트럭 때문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현금 수납원을 하던 정윤희씨는 하이패스가 도입되자 이직을 결심했다. 그리고 수납원 생활을 하며 돈을 가장 잘 번다고 알게 된 대형 트럭인 트레일러 운전기사가 됐다. 대출을 받아 2억짜리 트레일러도 샀다. 남편도 트럭 운전사, 부부가 모두 트럭을 모는데 2020년 자율주행트럭이 상용화 된다. 하이패스라는 자동화를 피해 트레일러 운전사가 된 정윤희씨는 자율주행트럭의 일자리 위협을 피할 수 있을까? 직업 대체 확률이 85.7%인 정윤희씨가 그 위협을 피하지 못한다면,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정윤희씨의 실직 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이삼재(37)씨다. 그의 직업은 특수차량인 크레인차 기사다. 대체확률 85.7%로 정윤희씨와 똑같은 이삼재씨는 2017년 7월 1일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으며 실직자가 됐다. 군산 조선소가 문 닫지 않았어도, 그는 10년 후 열에 아홉은 로봇으로 대체될 직업이었다. 남보다 좀 더 빨리 미래를 맞이한 셈이다. 이삼재씨도, 전업주부로 살던 부인 이연화(31)씨도 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처음엔 ‘잘 되겠지.’하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넘으면서 그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실직자가 되면 가족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은 점점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삼재 부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플랫폼 경제와 잉여인간

미래의 노동시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꼭 이야기한다. 첫째,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더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긴다. 둘째, 미래에는 누구나 다 프리랜서가 되어 구매자와 공급자가 플랫폼에서 노동을 사고파는 경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플랫폼 경제’, ‘긱 경제’라고도 하며, 공유경제도 미래의 경제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정말 플랫폼 경제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이 맞을까? 자유롭게 일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며,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좋은 경제일까?

제작진은 인공지능의 성지이자, 세계에서 플랫폼 경제가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인 영국 런던을 찾았다. 그리고 플랫폼 경제가 인간의 일자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추적했다. 영국 택시 운전기사 이안 콜린스(50)는 요즘 택시를 팔아야 할지 고민이다. 5년 전 런던에 진입한 우버 택시가 택시 기사들의 수입을 반토막 냈다.


그렇다고 우버 택시 기사 자비드(33)가 요즘 행복한 것은 아니다. 3년 전 수수료 10%를 가져가던 우버는 점점 수수료를 높여 지금은 25%. 앞으로 30%가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전화 연결을 해주는 것뿐인데, 수입의 25%를 가져간다. 차량에 대한 모든 비용을 자비드가 부담하고, 승객의 평가를 바탕으로 내리는 우버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자비드는 어떤 권리도 없다. 1인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자비스는 이안 콜린스와 같은 택시 기사의 분노가 우버 기사들에게 향할 때, 억울하다. 우버기사도 점점 가난해 지고 있고, 돈은 정작 우버가 가져가는데....

자비드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바로 나탈리다. 그는 자전거로 피자를 배달하는 1인 자영업자다. 그가 일감을 받는 곳은 딜리버루. 세계적인 배달 플랫폼이다. 최저 생계비 정도를 벌지만, 온전히 자신의 몫이 아니다. 자전거 구매, 보험 등 각종 비용을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얼마 없다.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지면 되지 않냐고? 지금 영국엔 좋은 일자리가 없다. 남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 플랫폼 경제라고 하지만, 이제 플랫폼 경제는 노동의 주류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이안 콜린스, 자비드, 나탈리와 같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플랫폼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노동 가치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잉여인간화 시키는 경제에 대한, 그리고 플랫폼을 소유하고 자신들의 탐욕만을 채우는 억만장자들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잉여인간들의 저항에 대해 플랫폼은 자율주행 택시와 배달 로봇으로 응답하고 있다. 거센 저항과 권리의 요구에 대한 응답은 첨단 기술이다.

▲ 두 세계의 충돌과 벙커

미국에서 요즘 새로운 트렌드가 하나 생겼다. 벙커를 갖는 것이다. 3~4만 달러 짜리 벙커는 범용 벙커로 일반 중산층이 구매를 한다. 하지만 50만 달러를 호가하는 럭셔리 벙커는 전문직과 CEO등 부유층이 많이 구매를 한다. 아틀라스 벙커 회사의 이사는 이야기 한다. 2년 전부터 실리콘 밸리 부자들이 부쩍 구매가 많다는 것이다.

야후 부사장까지 지낸 실리콘 밸리의 거물 아담 타가트. 그는 실리콘밸리의 벙커 트렌드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만드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없앨지를요. 그리고 엄청난 빈부의 격차가 오리라는 것도. 실리콘 밸리 사람들이 벙커를 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일들로 발생할 미래의 사회 혼란과 폭동 때문입니다.”

21세기 전 세계 기술의 수도 실리콘 밸리. 세계 여러 국가가 미래가 되었으면 하는 도시, 실리콘밸리.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제작진이 찾아간 실리콘 밸리의 모습은 놀라웠다. 극소수 직업을 제외한 교수, 경찰관, 소방관, 간호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중산층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첨단 기업의 직원만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삶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사회, 바로 실리콘 밸리였다. 그래서 일까. 실리콘 밸리에서 잉여 인간화되는 사람들이, 부의 재분배보다 벙커 구입에 관심이 많은 이기적인 권력에 돌을 던지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사진=MBC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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