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증시 자금 블랙홀 되나

대형주 중심 시장 이어지면서
패시브펀드 6개월새 6조 유입
88%는 ETF로 흘러 들어와
수수료 싸고 빠른 환매 매력
증시 자금 계속 빨아들일 듯


코스피 지수가 2,500선 밑에서 조정을 받으며 1~2월 액티브펀드로 잠시 들어왔던 증시 자금이 패시브펀드로 다시 몰려들고 있다. 또 금리 인상 속도에 완급이 조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채권형펀드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단기부동자금은 여전히 머니마켓펀드(MMF)에 쌓이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액티브펀드에서는 8,856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패시브펀드에는 6조3,724억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유입이 5조6,527억원에 달해 패시브펀드 유입액 중 88%가 ETF로 흘러들어온 셈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 1월까지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며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액티브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일부 나타나기는 했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로의 자금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패시브펀드 쏠림 현상은 대형주 중심의 시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펀드의 경우 삼성전자 1개 종목을 담아 운영하지 못하는 만큼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의 주가만 살아나면 펀드 수익률은 꺾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들이 다시 지수를 끌어올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액티브펀드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영주 미래에셋 ETF 본부장은 “액티브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패시브펀드의 수익률이 좋은데다 ETF가 섹터별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자금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전망이 긍정적이라 ETF 자금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운용사 관계자는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시장 대처력에 힘입어 ETF의 인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으로 시장조사기관 ETFGI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ETF 시장 자산 금액도 최초로 5조달러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ETF는 앞으로도 싼 수수료, 빠른 환매, 신규 상품 진입 용이 등의 삼박자를 갖추며 증시자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액티브펀드의 6개월 수익률도 4.51%로 ETF(5.03%)에 못 미친다. 1년과 2년 수익률 역시 액티브주식이 각각 13.70%, 15.40%, 국내주식ETF가 17.26%, 31.57%로 ETF가 압도한다. 연초 이후 9개 상품이 15%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20.99%, 삼성KODEX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20.18%를 기록했다.

상품의 선순환 구조에서도 ETF를 앞세운 패시브펀드가 유리하다. 액티브펀드는 수익률이 떨어지면 바로 환매가 들어오며 신규 상품을 설정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반면 ETF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신상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설정액 1조원 이상인 액티브펀드는 신영자산운용 ‘신영밸류고배당(2조5,181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1조2,958억원)’이 유일하다. 반면 올 들어 출시된 국내주식ETF만도 16종에 달한다. 이달 출시된 KBKBSTARKRX3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출시 일주일 만에 1,980억여원, 미래에셋TIGERKRX3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도 같은 기간 1,273억원을 모았다. 다만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ETF는 높은 수익률만큼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 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가 10% 하락하면 20%의 손실을 본다. 인버스 상품은 지수가 10% 상승하면 반대로 10%를 잃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러한 고위험 ETF 판매가 늘고 있다며 지난달 28일 관련 상품에 대해 ‘소비자 경보(주의 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부터 채권형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 채권형펀드에서는 올해 들어 5,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가는 등 자금 유출이 가속화됐다. 하지만 금리 상승에 대한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정책 기조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채권형펀드에는 2,060억원이 유입됐다.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우려 등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면서 채권 금리도 약간 하락하는 등 채권형펀드에 다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과도하게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조정도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의 여파로 MM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단기간으로 보면 유출세가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연초 이후 MMF에는 4조8,841억원이 유입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기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MMF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분석을 내린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