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R&D·인력 역대 최저…생존에 급급 '미래' 포기하나

실적악화 이유로 신입사원 공채 미루고
숙련공 이탈에 직원 수 사상 첫 3만명대
고강도 구조조정에 성장동력 상실 우려



올해 들어 조선업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의 실적 악화로 국내 빅3 조선사들의 고강도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 계속되면서 미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한국 업체들이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지만 최근 들어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가 급감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업체들의 인력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향후 숙련공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대우조선해양(042660) 등 대형 조선 3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3사의 연구개발비는 2,067억원으로 전년(3,5161억원) 대비 42% 감소하는 등 지난 2013년 이후 4년 연속 줄어들었다. 조선 3사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들인 비용은 2004년(2,026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3사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쓴 현대중공업이 907억원으로 전년(2,034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으며 삼성중공업은 692억원으로 25.1%, 대우조선해양은 467억원으로 22.6% 감소했다. 이들은 2013년만 하더라도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인 5,22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도 지금 당장의 생존을 위해 미래 성장성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에 대해 걱정이 크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연구개발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인데 인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투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것이 좋은 현상은 아니며 성장성을 위해서는 늘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스마트 선박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최근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의 합병을 예비 승인하는 등 글로벌 조선 수주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살림살이가 어렵더라도 연구개발비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중국은 국가적으로 조선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그나마 지금까지 한국 업체들이 잘해온 게 고부가가치 산업인데 앞으로는 이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 3사의 인력 규모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조선 3사의 직원 수는 3만7,410명으로 전년(4만6,235명) 대비 약 20% 감소하는 등 2014년 이후 3년 연속 줄었다. 조선 3사의 총 직원 수가 3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각각 1만680명, 1만226명으로 집계됐는데 올해도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어 올해 말께는 1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 3사의 매출 규모에 비해 아직 인력 규모가 많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인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과정에서 기술력을 갖춘 숙련공도 이탈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실제 일본의 경우도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핵심 숙련공들을 대거 잃어버리면서 한국과 중국에 조선업 주도권을 내준 바 있다. 숙련공의 이탈과 함께 젊은 인재들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조선 3사는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2~3년간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조선업 전체의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편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물동량 증가와 해체 등으로 연평균 7,200만GT(총톤수)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주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2016년 2,300만GT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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