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1개월마다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정보공개를 결정한 국가들에 적용된 ‘6개월 단위 공개’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더욱이 국제기구가 아닌 특정 국가가 공개주기마저 협상 대상으로 삼는 것을 두고 ‘월권’이라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각국에 외환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정보공개를 요구하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각 나라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3일 외환당국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와 한국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관련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공개 자체와 특정 기간 외화 순매수·순매도액을 밝히는 방식 등에는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 남은 쟁점은 얼마나 자주 공표할지다.
미국은 공개주기를 1개월 이내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정보를 공개하는 나라 중 상당수가 1개월 단위 혹은 그보다 짧은 주기로 공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결정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베트남도 반기 기준을 적용했다. 이들 국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면서 가입 요건을 맞추기 위해 환율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환 변동성이 크다. 공개주기가 짧을 경우 자칫 투기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외환시장의 한 참여자는 “공개주기가 짧을수록 패가 보일 텐데 투기세력에는 유리한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국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방법을 두고 지침을 내리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월권이라는 얘기다. IMF도 공개방식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미국은 앞서 외환시장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을 별개로 논의한다는 양국 간 합의를 깨고 “FTA 개정 협상 성과로 환율 합의를 이뤄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반칙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정보 공개는 당사자인 우리가 결정할 문제”라며 “최대한 문제가 없게끔 미국과의 협의를 잘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