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민주단일연대(SUD) 소속 철도 노동자들이 3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철도공사(SNCF) 개혁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개혁의 아이콘’으로 각광 받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프랑스 철도노조가 대규모 총파업을 강행해 물류대란이 예고되면서 마크롱식 노동개혁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노조는 450만 승객의 발을 묶어놓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도 자신의 대표 공약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노조 간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정부의 철도공사(SNCF) 개혁에 반발한 4개 철도노조가 2일 저녁7시(현지시간)부터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철도기관사·정비사 등 전체 임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48%가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첫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결의했다. 파업은 5일 간격으로 이틀씩 진행되며 오는 6월28일까지 3개월간 이어진다.
철도노조는 앞서 지난달 22일 1차 파업을 벌이며 마크롱 대통령이 개혁을 철회하지 않으면 장기 파업을 밀어붙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파업에는 철도 최대 노조인 프랑스총동맹(CGT)을 포함한 20만명이 거리시위에 나섰다. SNCF의 부채가 500억유로(약 65조원)에 달한다며 프랑스 정부가 철도 근로자들의 종신고용을 없애고 신입사원들부터 연봉 자동승급 등의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불만이 터진 것이다. 프랑스가 유럽연합(EU)에서 합의된 대로 독점체제였던 철도시장을 2019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점도 노조를 자극했다.
지난달 파업은 하루 만에 끝났지만 이번에는 3개월에 걸친 장기파업이어서 심각한 물류·교통난이 예상된다. 프랑스 철도는 이용객이 일평균 450만명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운송수단이기 때문이다. SNCF에 따르면 3일과 4일 테제베 고속철도는 15%, 지역철도도 25%만 정상 운행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는 기차가 3편당 1편, 파리와 런던을 연결하는 유로스타 기차가 4분의3 정도만 정상 운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욤 페피 SNCF 사장은 “이번 파업은 고객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고 교통체계에도 극심한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총파업은 집권 11개월을 맞은 마크롱 대통령의 최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철도노조에 그치지 않고 당장 하루 뒤인 3일 환경미화원들과 에너지·전기 부문, 프랑스 최대 항공사 에어프랑스 등 크고 작은 파업이 줄줄이 예정된데다 CGT가 이달 19일 공공·민간 부문의 전국 파업까지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사인 카르푸 직원들이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하는 등 민간 부문에서도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노조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해결책을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노조와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철도시장 개방에 앞서 의회심의 과정을 거치고 민영화 이후에도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혜택을 그대로 승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철도노조는 파업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1995년), 니콜라 사르코지(2010년) 등 전임 대통령이 완수하지 못한 노동개혁 과제를 자신의 대표 업적으로 삼겠다는 각오로 맞서고 있다.
프랑스 매체인 더로컬은 “이번 노동개혁은 1984년 석탄노조를 무너뜨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업적과 비교된다”며 “전임자들이 실패한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때 마크롱은 프랑스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