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법 비판하다 잘린 부장 판사 "연임 평가기준 부당" 불복소송

정영진 전 판사 내달께 결심재판
"법원장들 주관적 평가 내세워
법관 통제 도구로 활용" 비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하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대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최근 연임에서 탈락한 판사들이 잇따라 불복소송에 나서는 가운데 법원장들의 주관적 평가가 반영된 근무평정이 법관 통제 도구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정영진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서울행정법원에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연임 불가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지난해 2월 제기했다. 소송은 지난해 10월 시작했고 다음달께 결심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 법관이다. 특히 2015년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담당 검사였던 박상옥 대법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글을 법관 내부망에 올리기도 했다.


정 전 부장판사는 자신의 근무성적이 하위권이 아닌데 평정권자인 법원장들이 성실도·근무자세 등 자질을 나쁘게 평가해 연임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한 성적 자료를 보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사건처리율·조정화해율 등은 전국 평균보다 높았고 장기 미제 사건도 2015년까지 법관 평균치보다 적었다. 반면 그의 소속 법원장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면이 부족하다” “업무에 소극적이다” 등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대법원은 정 전 부장판사에 대해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결정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장의 주관적 판단이 반영된 근무평정이 법관 독립성과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2012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평정에 근무성적 외에 성실성·친절성 등 자질평가가 추가되면서 인사를 볼모 삼은 대법원의 법관 통제가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평정기준에 대해 법복을 벗은 판사들의 불복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써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은 탈락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3월 패소가 확정됐다. 연임 탈락 위기에 몰려 스스로 물러난 류모 전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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