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화웨이 '자체·자국 칩' 조달땐...IT한국 '서든데스' 올수도

中 반도체 독자개발에 200조 투입...제조굴기 갈수록 빨라져
BOE, LGD 추월 등 디스플레이 분야서는 이미 굴기 현실화
"우버·테슬라 사고는 커넥티드카 공들이는 국내차업계에 기회"




우버와 테슬라·아마존·애플 등은 100년 굴뚝 산업의 패러다임을 깼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면 각 분야의 제조업체들을 발아래 둘 수 있다는 게 이들 업체의 성공으로 검증된 듯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자율주행차의 사망사고와 이들 기업의 주가 급락은 새로운 사업 모델이 마냥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정보기술(IT) 강국임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의 산업계 역시 언제든지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진앙지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애플이 인텔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CPU를 개발 및 위탁 생산하겠다는 것은 IT 업계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인텔은 CPU 시장을 90% 이상 독점한 기업으로 지난 수십 년간 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등을 돌리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어떨까. 현재는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객사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다. 이 같은 구도는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현재 1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정부 주도로 200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마련했다. 칭화유니 등 반도체 기업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기술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조사기관 IHS마킷의 정윤성 상무는 지난달 21일 ‘IHS마킷 디스플레이 코리아 포럼’에서 “흔히 디스플레이를 눈, 반도체를 머리, 배터리를 심장에 비유하는데 중국 디스플레이는 질적인 측면에서까지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배터리는 이미 전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수준까지 따라왔다”면서 “다음 타깃은 분명히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3대 부품 산업을 모두 따라잡고 나면 TV·스마트폰 같은 세트 산업까지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미 중국의 굴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면에서 이미 업계 1위이던 LG디스플레이를 뛰어넘었고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 패널을 양산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LCD보다 기술 난도가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접을 수 있는 폴더블 패널을 개발 중이다. 중국 제조사들이 당장은 기술력이 앞서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사용하고 있지만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고가폰 위주로 한국산 OLED를 써왔지만 수직계열화를 이루면 모든 것을 자국 내에서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버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사고는 당장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아닌 이들 기업이 주도했던 자율주행의 꿈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황승호 현대자동차 차량지능화부문 부사장은 “최근의 사고는 레이더나 라이다·카메라 등 센서만으로는 자율주행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안전이 담보된 완전자율주행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커넥티드카가 구현돼야 하고 관련 기술들이 함께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하나의 부서로 꾸렸던 자율주행 부문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의 연구개발 조직을 아예 분리시켰다. 장웅준 현대차 ADAS 담당 이사는 “양산차에 적용되는 운전보조 시스템에 대한 안전검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글로벌 업계 전반적으로 자율주행 분야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해당 분야의 패권을 잡으려는 시도가 노골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중국의 전략은 미래 기술은 동시에 개발하고 양산 능력을 최대한 빨리 따라잡겠다는 것으로 단발적인 사고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서 “자율주행 분야와 전기차 등 미래차 영역만 놓고 봐도 중국의 주요 대학 3곳의 연구개발 인력 수가 우리나라의 전체 연구 인력을 넘어설 정도로 신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및 게임 업계 역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이슈보다는 중국의 성장세와 국내의 해묵은 규제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의 게임 업체는 ‘리니지’ 같은 고전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굵직한 신규 IP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행성 아이템 논란이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사이 중국의 텐센트는 글로벌 1위 게임 사업자로 우뚝 섰다. 한 국내 포털 업체 관계자는 “구글이 장악한 해외와 달리 국내는 토종 업체가 포털 시장을 장악해 해외에서도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주권을 지킨 모범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이들을 독과점 사업자로 낙인찍는 등 각종 ‘규제 리스크’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실명제를 부활시키자는 주장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조민규·신희철·양철민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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