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목매는 저축은행…자영업자 쏠림 커

SBI·OK·한국투자 등 대형 저축銀
작년 대출규모 '기업 > 가계' 역전
자영업자 빚 36% 급증에 경고등

저축은행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여신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탓에 기업대출에 목을 매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 쏠림세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업계 상위 3개사인 SBI·OK·한국투자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가계대출 규모를 역전했다. 2016년의 경우 3개사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규모는 5조1,482억원으로 당시 기업대출(4조1,509억원)보다 컸다. 하지만 지난해 기업여신 중심으로 영업을 확장하면서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등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5조5,830억원으로 25% 늘어난 데 비해 가계대출 규모는 약 7% 증가한 데 그친 5조5,487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은 기업대출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 등에 나서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초 기존 투자은행(IB) 본부를 기업금융 파트와 합쳐 ‘기업금융투자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한국투자캐피탈·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은 가계대출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지난 2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로 인하하면서 이자마진이 줄어 들은 데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조달금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 금리 10% 중반대의 중금리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내년 최고금리가 20%로 낮춰지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푸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 증가 폭이 커 여신 건전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79개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10조4,229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 규모(27조8,794억원)의 37%가량을 차지한다. 저축은행을 이용한 개인사업자의 상당수가 다중채무자여서 금리 인상기에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의 절대적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가 빨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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