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반도 비핵화 해법으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을 제시했다. 빠른 결론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하는 북중 간 절충안을 내놓은 셈으로 비핵화로 가는 큰 틀의 해법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비핵화 검증 방법,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한 주한미군 철수 등 각론에서 충돌할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3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말해온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라는 큰 방향성 이외에는 (한반도 해법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두 가지가 분리된 것이 아니다. 결국 한 몸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와 비핵화에 대한 큰 틀을 잡아야 하고 북미 회담에서 한반도 전체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과 북중 간 절충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결과물을 내야 하고 이르면 9개월 내에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빠르게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북중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합의했다. ‘포괄적 합의’에서 미국의 입장을, ‘단계적 이행’에서 북중의 요구를 담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북한은 2018 남북 정상회담 의전·경호·보도 관련 실무회담을 기존에 합의된 4일에서 하루 연기해 오는 5일 개최하자고 수정 제의했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개설을 위한 통신 실무회담은 7일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북측이 구체적인 연기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예술단의 방북 등으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통일부의 판단이다.
외교가에서는 ‘남북·북미 회담에서 비핵화, 평화체제 포괄적 합의→9월까지 비핵화 로드맵 단계별, 속전속결로 진행→9월 유엔 총회에서 평화선언’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로드맵은 리비아 방식을 준용해 3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리비아 해법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들여다보면 ‘(현지에) 이익대표부 개설→연락사무소로 격상→대사관으로 격상 및 공식 수교’ 등을 거치며 이때마다 미국의 보상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미 회담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대로 잘 풀릴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결정권을 가진 지도자들이 톱다운 방식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므로 더 빠르고 확실하게 합의할 수 있고 검증 방식도 효율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비핵화 검증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중이 충돌할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에 따른 체제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 있지만 미국은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먼저 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다시 원점으로 가는 것”이라며 미국 내 강경파와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지명 전 ‘선 비핵화 후 보상’ 주장과 차이가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