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마존 때리기’에 나서면서 애꿎은 국내 정보기술(IT)주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애플이 맥북에 자사가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 장착을 오는 2020년부터 하겠다고 발표하며 인텔 제국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애플의 인텔로부터의 독립이 결국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반도체로도 언젠가는 번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역전쟁의 여파도 만만치 않다. 철강 다음 타깃이 반도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며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IT주는 SK하이닉스(전일 대비 0.62% 상승)를 제외하면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0.87% 떨어진 240만6,000원에 장을 마쳤지만 장중 한때 2.6%까지 떨어지며 236만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삼성에스디에스(018260)와 삼성SDI(006400)가 각각 1.2%, 1%씩 하락했고 카카오(035720)도 0.39% 떨어졌다. NAVER(035420)와 LG는 하락세가 이어지다 반등에 성공해 전일과 동일한 가격에 거래됐다. 코스피 IT 업종 지수는 최근 10거래일 동안 5.5% 하락한 상태다.
이는 미국 기술주 급락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 데이터 유출과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사고 등으로 미국 대표 기술주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0거래일간 페이스북은 9.95%나 떨어졌고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각각 11.19, 10.59%씩 급락했다. 구글과 애플도 각각 7.95%, 4.92% 하락하면서 주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아마존 때문에 우체국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아마존 때리기에 나서면서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후 첫 증시 개장일인 2일(현지시간) 아마존 주가는 하루 만에 5.21%나 빠졌다. 미국 경제 매체인 마켓워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편입된 기술주 중 20%의 주가가 하락장의 영역으로 진입했으며 애플을 포함한 기술주 70%는 조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락 영역은 주가가 최근 52주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을 때, 조정 영역은 10% 떨어졌을 때를 의미한다.
미국 기술주의 조정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들은 최근 5거래일간 4,424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삼성SDI(434억원), SK하이닉스(339억원), LG전자(066570)(196억원) 등도 순매도 상위 목록에 올랐다.
관세로 철강 업종을 흔들었던 트럼프가 IT 업종으로 눈을 돌릴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올 초 한국·중국·대만·일본 반도체 기업에 대한 관세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기술 업종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나타나면서 그동안 수급 쏠림이 나타났던 기술주의 차익실현이 쏟아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사라진 후에야 투자자들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외 증권사들은 IT 업종의 성장성 자체는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니엘 김 맥쿼리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 한국 주요 IT주는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 또는 수년 만에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디스플레이·스마트폰 부문의 실적은 다소 우려되지만 반도체, 자동차 전장 등 부문은 좋은 성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다이 연구원도 “기술주 관련 리스크가 구조적 성장성 자체를 훼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