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는 혹독한 추위와 폭설 등 각종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올여름 폭염이 벌써 걱정된다. 이 모두가 기후변화 때문이란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산업혁명 이후 대기권 온도 상승을 섭씨 2도로 억제하지 않으면 인류문명의 파멸이 온다고 경고해왔다. 그리고 이런 과학자들의 경고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여건을 반영한 최상의 국제규범이 2015년 체결된 파리협약이다.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했다. 그런데 벌써 이 협약의 효과에 대한 비관적 견해가 속출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제시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집계한 결과로는 섭씨 2도 이하 억제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파리협약은 강제이행 수단이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등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규제도 없다. 더욱이 지금껏 체결된 모든 기후협약도 큰 효과가 없었다. 예컨대 선진국에 강제감축 목표가 부과된 1997년 교토협약 체결 이후 20년간 세계 온실가스 배출속도는 체결 전 20년에 비해 빨라졌다. 세계 경제의 탄소배출 강도 역시 더 높아졌다. 이에 기후학자들이 미래 예측이 가능한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합리적 의심(?)이 많다. 단순선형(線型·Linear) 예측 모델 활용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기술혁신에 의한 2도 이하 유지가 불가능하다. S자 ‘커브’ 형태인 기술혁신 과정에 혁신속도가 격감하는 변곡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경우 그 공급비중 20% 수준이 변곡점인 것 같다. 이때부터 온실가스 감축량은 점차 줄어든다. 이에 따라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기술 출현으로 기존 기술과 산업이 일시에 폐기되는 ‘빅뱅(Big-Bang)’ 전략 도입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세계 2차 세계대전 수준의 글로벌 동원체제가 요구된다. 당연히 ‘빅뱅’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차선의 선택으로 기후변화 위험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적응(適應)전략 도입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기술혁신 위주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 간 신뢰 제고로 기후변화 위험을 탄력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삶의 질’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에너지 자립 소규모 지역공동체 건설, 도심 바람통로 확보, 자연 순환에너지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여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도 세계 경제의 지속성장은 시장경제 논리가 이끈 적응전략의 효과일 것이다. 이에 정치논리로 무장한 온실가스 감축노력만이 기후변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관념은 많은 수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파리협약 준수를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37%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신재생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재생에너지3020계획과 제8차 전력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후변화가 에너지 전략 구성 기반인 셈이다. 그러나 과학적 분석과정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아직도 많다. 필자의 연구 결과로도 이번 정부 계획에 따른 추가 국민 부담이 최소 150조원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추가 부담 해소는 정부의 무조건적 전략목표 달성 관행을 자제하고 ‘이타적 희생’을 감수하는 사회적 합의 아래서만 가능하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지금 모든 국제기후대책은 국익 극대화를 위한 국가 간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책 결정을 위해서는 적어도 유엔 환경정상회의가 개최돼 파리협약의 공정한 실행여건을 마련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기술혁신에 의한 대기온도 2도 이하 억제 전략의 폐해를 직시해야 한다. 과학으로 위장한 기후 이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분보다는 미래 세대의 부담 경감에 중점을 두는 겸손한 단기대책에 만족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후대책은 이명박 정부가 고속성장 위주의 선거공약 추진이 불가능하자 황급히 제시한 ‘녹색성장’ 정책의 폐해가 지속되는 ‘성급한 과잉대응’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