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9’의 ‘빅스비 비전’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이상현(왼쪽부터) 상품화PM그룹 프로와 고상혁 UX혁신팀 디자이너, 홍태화 비주얼개발팀 프로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S9(갤S9)’ 카메라를 실행한 뒤 ‘빅스비 비전’ 번역 모드로 영어 간판을 비추면 주변 풍경은 그대로 유지된 채 영어 텍스트만 순식간에 한글로 바뀐다. 앞에 놓인 실제 사물은 영어 간판이지만 스마트폰 화면에선 한글 간판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빅스비 비전 개발에 참여한 고상혁 UX혁신팀 디자이너는 이를 두고 “사용자가 번역이 됐는지 인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경험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갤S9 시리즈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개된 지 약 한 달가량 지났다. 그동안 AR(증강현실) 이모지, 슈퍼 슬로우 모션 등 다양한 기능이 호평을 받은 가운데 단연 주목을 끄는 것은 달라진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의 기능이다. 실시간 번역과 주변 장소 정보·음식·메이크업·와인 등 9가지 모드를 제공하며 말 그대로 스마트폰 사용자의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S8’ 출시와 함께 공개된 빅스비 비전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갤S9의 빅스비 비전은 실시간 번역과 메이크업 등 한 층 더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중 실시간 번역은 개발팀이 느끼기에도 가장 만족도가 높은 기능이다. 번역 자체는 구글 번역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하지만 이 결과를 실시간으로 화면에 담는 기술은 오롯이 삼성전자의 몫이다. 홍태화 비주얼개발팀 프로는 “카메라로 외국어를 비췄을 때 글자와 그 주변의 색상 등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감쪽같이 한글로 변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이용자들은 영어 간판을 비추면 한글 간판이, 프랑스어 메뉴판을 비추면 한글 메뉴판이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메이크업 시뮬레이션은 남성 개발자들이 가장 진땀을 흘렸던 기능이다. 고상혁 디자이너는 “화장품 코너가 있는 백화점 1층만 다니면서 여성들이 실제 메이크업을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느라 괜한 오해도 받았다”고 미소지었다.
AI 서비스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빅스비 비전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한 목소리로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 내용의 질을 끌어올렸다는 점을 꼽았다. 실시간 번역은 구글, 메이크업은 아모레퍼시픽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이상현 상품화PM그룹 프로는 “신규 기능을 기획하면 파트너사들을 찾아 협업을 문의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서비스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 나라마다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별로 서로 다른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국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통해 메이크업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지만 미국은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세포라·코티 등의 제품도 활용 가능하다. 쇼핑 정보는 미국은 월마트,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얀덱스·알리바바와 협업한다.
개발자들은 빅스비 비전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생활 편의성이 높일 수 있었다는 데 뿌듯해 했다. 고상혁 디자이너는 “시각장애인들이 과거에는 라면 종류를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빅스비 비전 쇼핑 모드를 이용하면 금방 알 수 있다”며 “처음 기대했던 것 보다 실생활에서 더욱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