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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사촌오빠에게 상습 성폭행을 당해온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얻어 가해자를 형사 고소했다. 가해자가 경찰이 되겠다고 나선 점도 폭로의 계기가 됐다.
3일 인천지방검찰청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등에 따르면 A(23)씨와 사촌언니 B(24)씨는 지난 2002년 당시 각각 9세, 10세일 때부터 고등학생이 된 2010년까지 약 8년간 사촌오빠 C(27)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피의자 C씨는 친척 일가가 모두 모이는 명절 때마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피해자들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거나 매년 2~4차례씩 강간했다. 피해자들이 완강히 거부하면 “내가 장남이다. 어른들이 네 말을 듣겠느냐”며 강제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피해자들은 중학교에 진학해 성교육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당한 일이 성폭행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 A씨는 “가해자가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집안의 장손이어서 어른들이 귀담아들어 주지 않을 것 같았다”며 “당시에는 말할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가해자가 경찰 시험을 준비한다는 말에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뒤늦게 폭로를 결심했다”며 “용기를 내게 해준 미투 운동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건강 악화 등 사건 후유증을 겪었고 현재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성폭력 피해자 상담을 받고 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친족 성폭행은 특성상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발생해 증거를 수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진술이 정확하고 구체적인데다 피해자가 서로에게 증인이 되고 사건을 목격한 남동생도 있어 처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건은 인천지방검찰청에 접수돼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