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매각→2년만에 재매입 추진..한치 앞 못본 해운 구조조정

■ '해운재건 5개년 계획' 5일 발표..과거 실패 되돌아보니
금융논리 앞세운 정책에 '산업 경쟁력 강화'는 뒷전
1년반 만에 국내 해운사 시장점유율 3%P 이상 추락
정부 뒤늦게 반성나섰지만 "이미 때 놓쳤다" 지적


“지난 정부에서 구조조정 실패 경험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3월16일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한진해운의 파산은 선복량 7위의 선사와 68년 업계의 신뢰를 잃는 사건입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4월3일 한국해운연합 2단계 구조혁신 추진 기본합의서 서명식에서)

5일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계획’ 발표를 앞두고 지난 정부에서 단행된 해운업 구조조정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고백대로 한국 해운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당시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6년 말만 하더라도 아직 실패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정부 관계자들도 해운업 구조조정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뒤늦게 해운업 재건 계획을 발표하지만 업계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며 한숨 섞인 비판이 나온다.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번 추락한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1위,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이 파산한 후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은 급격하게 추락했다. 국내 1위인 대우조선해양(042660)을 살리는 대신 엉뚱하게 한진해운을 죽였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면서 멀쩡한 조선사들도 어려워졌으며, 반대로 한진해운을 죽이면서 한국 해운업은 해외 네트워크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뒤늦게 해운업 재건 계획을 발표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최대의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과정에서 한국 해운업의 신뢰도가 이미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운업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신뢰가 중요하다”며 “한진해운 파산 이후 물류대란 사태를 겪은 화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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