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사들의 주가가 지배구조 개편 호재에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까지 나서서 주주권익 확대를 요청하는 등 현대차(005380)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향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2.96%(4,500원) 오른 15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장중에는 15만9,500원까지 오르며 2월 이후 오르지 못한 16만원선 돌파를 노리기도 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이날 현대차 주식을 각각 475억원, 279억원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012330)(3.52%)와 현대글로비스(086280)(3.01%)도 이날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주권익 확대로 유명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 보유를 밝힌 것이 주가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미국 엘리엇 매니지먼트 계열 투자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는 현대차그룹사 지분 10억달러(1조593억원)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이들 3사에 대한 지분율이 5%에 미치지 않아 공시 대상이 아니므로 정확한 지분율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그룹 주주친화정책 확대에 영향을 미친 엘리엇이 현대차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현대차 주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전문가들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주주친화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가 엘리엇의 타깃이 된 것은 과거 삼성처럼 주주환원 정책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본격화되면 엘리엇 외에 다른 대량 보유자들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고 배당 등 주주 이익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텐데 이는 주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미 바닥까지 내려간 현대차의 실적이 올해 턴어라운드해서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국내에서는 지난달 싼타페와 그랜저가 동시에 1만대 이상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6% 증가했다. 전일 발표된 미국 자동차 시장 판매량도 현대차의 경우 전체적인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처음으로 2만5,000대를 돌파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싼타페 신차 효과와 엔화 강세로 현대차 실적이 박스권에서 탈출하는 데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올해 매출액 10조1,068억원, 영업이익 5조2,2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